그동안 국내외 증시에서 우스갯소리로 나돌던 ‘테러 재테크’가 14일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로 다시 시장에 회자됐다.산케이 신문은 “미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선물·외환거래로 거액의 차액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정보기관이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 테러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도 조사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CIA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자금 흐름을 알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내증시에선 테러 충격으로 풋옵션에서 수백배의 대박이 터지면서 테러계획을 이용한 재테크의 가능성과 함께, 이번 테러가 유대계 자본을 목표로 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라덴이 테러를 이용해 거액을 벌었다는 것은 아직 추측이나 가능성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회사 갑부의 아들인 라덴은 국제금융기관을 통해 재산을 원격관리하며 세계 각지의 조직원들을 첨단 통신기술과 특별 암호ㆍ해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알 카이다를 비롯한 국제테러조직의 운영과, 자신의 도피생활 등에 엄청난 자금이 드는 만큼 나름의 재테크를 갖고 있다는게 서방측의 판단.
라덴이 테러를 이용해 돈을 벌려 했다면 외환시장에선 달러를 팔고 유로화나 엔화를 사는 전략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 여파는 달러폭락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 엔·달러는 120엔대에서 118엔대로 하락했다.
선물시장에선 주식선물의 경우 미리 대량 매도를 한 이후 테러로 인해 선물이 하락하면 큰 차액을 남길 수 있고, 금이나 원유선물시장의 경우 사전에 매수한 뒤 테러소식으로 값이 폭등할 때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또 지수옵션이나 종목옵션에선 풋옵션 매수(주가하락시 가격상승)를 한 뒤 주식 폭락을 이용해 매도 했다면 거액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측이 사실이라 해도 밝혀지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라덴의 경우 실명보호가 되는 스위스계 은행들 계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 은행들은 고객 비밀보호가 영업전략이다.
더구나 서울증시가 선물·옵션 만기일(13일)을 앞두고 테러충격을 받아 변동성이 풋옵션의 경우 500배까지 확대됐지만, 해외증시는 이와 상황이 달라, 우리 시각으로 라덴의 재테크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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