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시다발 테러 사건의 용의자 행적 추적 결과, 세계 각지의 이슬람 테러조직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건 수사가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국제공조 수사는 범행 과정에서 남겨진 단서를 토대로 테러 용의자의 국적지 및 체류지에서의 공범 용의자 검거,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각국 세포 조직들의 동향 파악 등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로버트 델핀 필리핀 경찰정보국장은 “지난 8일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을 비디오로 촬영했던 오만인 3명이 11일 미국 테러와 동시에 미 대사관을 폭발하려 한 혐의가 짙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 당국은 당시 증거가 없어 이들을 석방했으나 이틀 뒤 이들의 투숙 호텔을 수색한 결과 폭발물 제조용 화학약품 등 테러 용품을 발견했다.
델핀 국장은 오만인들이 경찰의 호텔 수색 무렵 방콕을 거쳐 3국으로 출국했으며 이들 중 1명의 이름이 납치 여객기의 탑승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충돌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모하메드 아타(33)와 마르완 알 셰히(26)가 거주했던 독일 함부르크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8월 미국 보스턴에서 검거된 알제리계 프랑스인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용의자가 빈 라덴의 추종자로, 체포 당시 비행훈련 및 보잉기 조종 교본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올 4월 한 호텔에서 이번 테러에 이용된 여객기 2대의 소속사인 아메리칸 항공의 조종사 복장과 신분증, 배지 등이 분실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ㆍ남미 국가도 테러 용의자들의 근거지 및 은신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13일 미국측 요청에 따라 1~2주전 멕시코로 잠입한 것으로 알려진 아랍계 용의자 10명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라파엘 마세도 델라 콘차 검찰총장이 밝혔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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