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빠졌다”든지 “캐즘을건넜다”는 표현은 요즘 신문 경제면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원래 ‘협곡’ 혹은 ‘단절’을 뜻하는 이 지질학 용어는 첨단기술 제품의 확산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단절현상’을 가리키는 일반적 경제용어가 됐다.‘토네이도 마케팅’의 저자 제프리무어는 IT, 벤처 업계에 이 캐즘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다. 1995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이 분야 고전으로 꼽힌다.
제프리 무어는 이 책에서 첨단기술 제품 시장에 대한 정밀한 관찰을 통해 이른바 하이테크 마케팅의 근간을 제시한다.
최근 반도체 산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느니, 컴퓨터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느니하는 분석이 나오듯 첨단기술 제품의 시장은 생산ㆍ수요의 주기와 마케팅이 기존의 일반 소비상품과는 현저하게 달리 나타난다. 제프리 무어는 그 원인을 이론적 개념으로 정립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첨단기술 제품은 ‘불연속적혁신’에 의해서 태어난다. 정보 처리의 인프라가 대형 컴퓨터에서 PC로 전환되고, 정보 교환의 패러다임은 중앙집중형에서 인터넷 위주의 개방분산형으로 바뀌었다.
하드웨어 업체는 IBM에서 인텔 델 애플로 옮아갔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시스코 등 네트워크 전문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제프리 무어는 이 불연속적 혁신에 따라 “첨단기술 제품의 마케팅은 기술에 열광하는 이들의 환호성이 있은 다음 대중에게 수용되기까지 캐즘의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바로 이 때문에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혁신기술의 표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그렇게 표준화된 한 두 가지의 제품이 시장 전체를 휩쓰는 ‘토네이도(수요 폭발)’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첨단기술 시장도 이 패턴에 따라 성장한다는 것이 제프리 무어가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술 수용 주기 이론’이다.
이러한 개념들을 저자는 영문학자 경력에서 나온 수많은 비유와 재치 있는 표현으로 시종 흥미롭게 서술하며 벤처업체들에게 “토네이도를 올라 타라”고 충고하고 그 실제 전략을 일러준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물론, 하버드와 스탠포드 등 유수의 경영대학원에서 필수 교재로 쓰이고 있는 책이다. 마이크로소프트한국지사장을 지낸 KAIST 겸임교수 유승삼씨 등이 번역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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