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인근 사무실에서 실종된 한국인 주재원과 동포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지난 3월 결혼,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이현준(33ㆍ뉴욕주정부 공무원)씨는 사고 당일 감사업무 때문에 평소보다 30분 이른 오전 7시30분에 퀸즈의 자택을 나서 세계무역센터 남측빌딩 86층에 위치한 주정부 사무실로 출근한뒤 소식이 끊겼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이씨는 5월 뉴욕 주정부 회계감사 공무원으로 임용된 한국인 이민 1.5세대. 남편의 실종에 큰 충격을 받은 이씨의 부인은 이틀째 끼니도 거른 채 인근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헬렌 김(35ㆍ여ㆍ한국명 김희정)씨는 쌍둥이 빌딩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밀레니엄 힐튼호텔 세일즈 마케터.
10년 전 국내에서 대학 졸업 후 뉴욕대학 호텔 매니지먼트 대학원으로 유학한 김씨는 세계 유수의 호텔에 동양인으로서는유일하게 뽑힐 만큼 장래가 촉망되는 재원으로 사고 당시 호텔에서 근무 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3년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가족과 함께 이민한 박혜영(29)씨도 아메리칸항공 보잉기가 돌진한 북측 빌딩 89층에 위치한 메트로 라이프 보험회사에 출근한 뒤 실종됐다.
사흘째 맨해튼 인근 3군데 병원을 둘러본 동생(26)은“회사 동료 40명 중 누나를 포함해 불과 3명만 생존이 확인되지 않았다”며“틀림없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뉴욕 주정부 공무원으로 이번 테러로 실종된 이명우(42)씨의 부인은 이씨의 사진을들고 인근 병원을 돌며 남편을 수소문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씨의 친구 선양욱(40)씨는 “꼼꼼한 성격 탓에하던 업무를 마저 정리하느라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이밖에도 금융회사인 골드만 삭스에서 독립, 무역센터 106층에 위치한 ‘데이터씨엠스’라는 회사를 차린 스튜어트 리(31ㆍ회사원)씨, 101층 캔터 플리체를드사 직원인 크리스티너 육씨, 102층에 있는 에스페드사에 근무하는 강준구씨, 99층의 머시 머큐닌 직원인 조경희(30)씨 등 쌍둥이빌딩 상층부에 직장을 둔 한국인 동포들도모두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