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산업 가운데 미국 테러 대참사로 인한 피해는 반도체와 정보통신, 자동차 등 3개 업종이 가장 클 것으로보인다. 한결같이 대미(對美) 수출비중이 30%가 넘는‘미국 의존형’ 업종들이다.그러나 이번 사태가 조기수습에 실패, 국제금리상승, 국제유가상승, 달러가치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2차 피해의불똥은 조선과 석유화학으로까지 튈 전망이다.
■ 반도체
전량 비행기로 수송되기 때문에 운항금지 조치 해제전까지는 선적조차 불가능하다.
하루 수출차질액만 630만달러에 달한다. 현재 수출예정물량은 모두인천공항에서 출국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는 수출선의 30%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08억달러 수출 가운데 25%를 미국에 팔았다.
극단적 불황상태에서 크리스마스 PC선물 등 미국내 연말특수(特需)를 기대했지만, 이 역시 물건너간 상태.
미국수요가 사라진 이상 업체들이 현물시장 공급물량을 늘릴 경우 추가적인D램 가격하락까지도 우려된다.
반도체산업협회는 금년도 반도체 수출총액이 지난해(260억달러)보다 35%나 격감한 170억~180억달에 그칠 것으로전망했다.
■ 정보통신
미국수출 의존도가 34.8%에 달한다. 휴대폰에서만 하루 수출 차질액이87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행히금주에는 미주지역 수출물량 선적이 더 이상 없다”며“운항금지조치가 2~3일안에 끝날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운항금지가 장기화하더라도 배로 수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며 “미국내주요업체들과 장기공급계약에 따라 수출하는 만큼 직접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가파른 수출 증가세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 자동차
미국시장 의존도가 38.6%로 단일 품목으론 최대다. 현대자동차는 2,031대를 싣고뉴욕항에 도착하려던 선박이 항만폐쇄에 따라 접안에 실패한 채, 인근 항구로 회항한 상태다.
현대차는 현지 재고량이2~3개월 가량 확보돼있어 당장의 수급영향은 없다는 입장. 그러나 ‘산타페’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미국 특수에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사태 장기화로 금리상승이 빚어진다면 수요위축과 할부금융차질로 미국내 판매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차 IR팀 박흥국 이사는 “미국시장 위축과 미국내 빅 3 메이커(GM 포드 크라이슬러) 및 도요타의 경쟁격화로 판매관리비 부담이 우려된다”면서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중저가 차량을 찾는다면 시장점유율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철강
포철관계자는 “배로 수송되는 만큼 직접적 피해는 없으며 미국내 경기변동과도 크게 연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수출비중도 16.4%로 적정수준이다.그러나 세계적 수급불균형으로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철강으로선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채산성 압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 조선
직접피해는가장 적은 업종.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선주사 비중이 낮아 큰 피해는 없다”며 “그러나 미국의 항만폐쇄 및 통관강화가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 해운물동량이 감소하고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유가가 뛰면 유조선 발주마저 끊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유화
미국수출비중이 3.6%에 불과, 직접피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유가 및 원자재(나프타 등) 가격상승이 이어질 경우 상당한 원가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나프타 가격은 11일 톤당 234달러에서 12일 242달러로 상승한 상태. 업계관계자는 “유가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유화경기가 침체된 만큼가격은 안정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가불안이 지속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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