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의 야만2발터 벤야민은 “야만의 기록이 없는 문화란 있을 수 없다”고했다. 한국의 20세기는 벤야민의 단언을 증거하는 역사이다.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한 ‘20세기 한국의 야만2’(일빛 발행ㆍ이병천, 이광일 편)는 1961년 박정희 정권의 등장 이후2001년 현재까지의 야만의 역사를 다룬다.
개발 독재와 신군부 독재, 문민정부를 거쳐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체제의 폭력이 낱낱이파헤쳐진다.
베트남전에 개입한 한국군은 베트남인에게 개별적ㆍ집단적 상처를 남겼다. 냉전 분단 체제는 한국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상이한 역사를 지닌 다른 민족의 삶을 억압하는 도구로사용됐다. 1975년의 ‘인민혁명당 사건’은 냉전 분단 체제의 국가가 어떤 메커니즘을 동원해 진보적 정치 세력을 규제하는가를 보여준다.
고문에 의해 조작된 이 사건은 대법원의 사형 확정이 내려진 8명에 대해 그 다음날 형을 집행한, 국제 사법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야만적 사건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5ㆍ18연구소 상임연구원인 최정기씨는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된 신군부의 폭력이 ‘학살’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계엄군의 총격이 단순히 시위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시민 전체에 자행된 것이라는 데 주목하면서, “6ㆍ25 이후 한국 사회 최대의 야만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한보사태는‘경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권력과 재벌이 결탁한 부패고리였으며, 성수대교의 붕괴는 군부독재의 성장주의와 폭압적 근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야만은계속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실업과 빈곤의 문제는 야만적 경쟁의 논리와 승자 독식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다수 실업자들은 “금지된 것이 없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가짜 희망’을가질 것을 강요당한다.
이 책은 그러나 아직은 ‘진짜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합의와 합리적제도에 의한 적극적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면 ‘성장 제일주의’라는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전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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