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지금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여ㆍ야가 싸우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지요.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책임은 여ㆍ야 모두에게다 있습니다. 말만 영수회담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만나 논의하고 협력할 때에만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ㆍ야지도자들께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김수환(金壽煥ㆍ79) 추기경은 12일 사제서품 50주년(15일)을 사흘 앞두고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신부 활동 50년과 팔십 평생을 회고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의 화합을 특히 강조했다.
_가장 힘들고 어려웠을 때는 언제이고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1970, 80년대이른바 군사정권 아래서 많은 이들이 고통당하고 국민화합이 잘 안되고 해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가 머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의존하는 것으로 이겨냈지요.”
_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과 늘 함께 하셨는데 편하게 지내고 싶을 때도 있지 않으셨습니까.
_“늘은 아니예요.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열정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그들과 먹고 자고까지 하지는 못했어요. 테레사 수녀 같은 분은 그러셨는데 저는말만 한 셈이지요.”
_50년 전 신부의 길을 택했을 때 원하신 것을 얼마나 이루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시간에 하느님 앞에 선다면 보여드리고 자랑할 것보다 용서를 청할 게 많다고 생각합
니다.”
_최근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와 8ㆍ15 평양 통일축전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언론에도 개혁해야 할 뭔가가 있지요? 언론에는 없나요? (언론)개혁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잘 모르겠는데 좀 그렇지 못한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위정자가 (언론계와) 만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참된 방법을 찾고 잘못된 것은 고쳐달라고 호소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8ㆍ15 행사는 아마 통일을 너무 갈망한 나머지 오랜만에 동포를 만나 좋기도 하고 해서 그만 지나치게 춤을 추고 왔는가? 그 사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그 정도는 아니겠지. 잘못됐다고 말도 하고 그랬지요? 너무 끌지 말고 화합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80이 되니까 70대하고 다릅니다. 이제 갈 날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죽도록 준비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김수환 추기경은“우리나라 1년 낙태건수가 150만이라니 이런 나라가 없다”며 “생명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호소했다.
/조영호기자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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