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이번 미국 테러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은 주범으로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으나, 그를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이 거명된 것은 처음이다.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배후세력의 0순위는 탈레반 정권” 이라고 밝혀 이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빈 라덴의 미국 인도를 한사코 반대하던 탈레반 정권이 12일 전격적으로 자신들의 결백과 그를 인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국가차원의 안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정권은 그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집중적인 제재를 받아왔다.
지난 3월 세계 문화 유산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바미얀 석불을 파괴하는 반 문명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최근 유엔 인권기구 요원들을 기독교 선교활동을 폈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기도 했다.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배후로 지목한 것은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공식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 라덴은 1998년 발생한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와 지난해 예멘에서 터진 미국 구축함 콜호 폭탄테러 등에 대해서도 주범으로지목 받고 있어 탈레반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한층 가혹한 응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 주재 유엔 직원의 철수가 12일 시작된 것은 이 같은?隙㎟袖?반증이다.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인 압둘 살람 자에프가 사건 직후 “테러공격이며 우리는 이를 강력히 비난한다”는 성명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역선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12일 새벽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반군과 탈레반 정권과의 교전은 여러해석을 가능케 한다.
일단 미국측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대적 보복공격을 예상한 탈레반 정권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고있다는 해석이 그 중 하나이다.
아랍어로 ‘구도자’‘학생’ 등을 뜻하는 탈레반은 아프간을 지배하는 무장 게릴라 단체로, 최고 지도자인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1994년 10월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칸다하르주에서 과격 이슬람 학생 운동가들은 규합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주축을 이루며, 지도부는 임시정부의 ‘6인 위원회’ 의장인 물라 모하마드 랍바니 등 과거 구 소련 무장독립투쟁의 전사들로 구성돼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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