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베스트 일레븐만 데려왔네?’한국축구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위해 11일 입국한 나이지리아 대표팀이 경기에 필요한 최소인원인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대한축구협회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일 발표된 25명중 절반도 안 되는 선수만이 경기를 이틀 앞두고 내한했으니 평가전의 의미를 상실하게 됐기 때문. 명단 발표 당시에도 은완커 카누(아스날) 제이제이 오코차(생제르망) 등 스타급 선수가 모두 제외돼 ‘B급 선수들만 한국에 온다’는 비난이 자자했었다.
나이지리아 축구협회는 “소속팀이 선수차출을 거부하고 있어 12일 4명의 선수가 합류하고 2차전을 위해 7명의 선수가 14일께 한국에 갈 예정”이라며 대한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했다.
이번 평가전은‘내년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하는 대표팀의 전력향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올 만큼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대표팀이 올림픽을 앞두고 주전이 빠진 상태서 가진 한국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5로 패한 일이 있어 이번에도 평가전의 의미를 이미상실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축구인들은 월드컵을 앞두고도 언제까지‘이겨도 손해 지면 망신’인 상대를 홈으로 불러들여 ‘평가전’이 아닌 ‘평가쇼’를 벌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황선홍 "공수조화 이뤄라" 특명
“오랜 대표생활 중 이렇게 힘든 포지션은 처음입니다.”
13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 경기장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볼 멘 목소리를 내는 선수는 의외로 황선홍(32ㆍ가시와)이다.
평소 별다른 말이 없는 대표팀 최고참인 그가 이번 훈련에서 비명을 지르는 까닭은 과거에는 맡아보지 못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 13일 경기에서 그는 최용수(28ㆍ이치하라)와 함께 투톱으로 나선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과는 다르다. 히딩크 감독이 황선홍에게 요구한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아래에서 활약하는 ‘섀도 스트라이커(처진 스트라이커).’
항상 포워드로 뛰던 그에게 스트라이커 자리가 무슨 어려움이 있겠냐고 묻겠지만 황선홍에게 쏟아지는 히딩크 감독의 전술적인 주문은 실로 다양하다.
‘공격 때에는 공수의 연결고리로 활약하고볼 을 소유하지 않을 때에는 상대팀 수비형 미드필더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요구사항. 때문에 노장 황선홍은 “90분 내내 뛰어야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과거보다 갑절이나 된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공격수가 넘쳐난다’는 히딩크 감독이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에 합격점을 주는선수는 오직 황선홍 뿐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최용수 이동국 김도훈의 경우 처진 스트라이커에게 요구되는 볼키핑과 패싱력이 황선홍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지금 대표팀에는 ‘(평등한) 투톱’이란 공격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일종의 플레이메이커인 셈이죠.” 고된 훈련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황선홍. 히딩크 감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황선홍은 실제 후배들보다 갑절 이상 뛰어다니고 있다.
체력적 부담에 따른 그의 ‘불평’은 히딩크 감독이 내년 월드컵을 겨냥해 황선홍에게 걸고 있는 기대의 크기이기도 하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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