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동시 다발 테러로 2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12일 이번 테러를 ‘전쟁행위’로 공식 선언, 앞으로의 보복조치가 이에 준해 단행될 것임을 밝혔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콜린 파월 국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 안보관련 각료들을배석시킨 가운데 가진 TV연설을 통해 이 같이 선언하고 “우리는 그림자 속에 숨어 인명을 무시하는,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적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 적을 정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세계를 규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의 선언은 전쟁상황에 미군을 투입하는 데 의회의 의견을 묻도록 한 전쟁권한법(WarPowers Act)에 따라 향후 군사조치에 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전날 저녁 8시30분(한국시간 12일 오전 9시30분) 대 국민 연설에서“미국은 이러한 사악한 행위의 배후자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어떠한국가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도 ABC방송의 대담프로에서 “테러범들에게 직접 조치를 취할 것이며, 군사적 대응이있을 수도 있다”고 보복을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 등 안보책임자들과 향후 응징ㆍ보복조치를 집중논의했다.
미국 정부는 피랍여객기의 탑승자 명단 등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으며, 테러범을 특정하는대로 대량보복공격에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내 육ㆍ해ㆍ공군과 해외 주둔 미군은 전시 행동 규칙에 의해 무기를 지급 받는 등 전투 대기 상태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 테러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있으며,특히 현재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주요 보복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프간에 주재하고 있는 국제인도지원단체를 비롯한 유엔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다고 제네바소재 유럽 유엔본부 공보국이 이날 발표했다. 유엔공보국은 “현재 진행중인 국제적 상황으로 인해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 기구들이 직원들을 한시적으로 철수하고 있다”며 “철수대상 직원은 80명에 이르고 있으며 13일 중 철수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 민디 터커 대변인은 추락 직전 승객들로부터 걸려온 휴대폰 통화 등을 분석한 결과 납치된4대의 여객기에 각각 3~5명의 납치범들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숙련된 조종사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스턴 헤럴드는 또 미 수사당국이 조종사 출신이 포함된 아랍인 용의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는 특히 영장을 발부받아 피납여객기의 탑승자명단에 나타난 용의자의 플로리다주 자택에 대한 가택수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정부는 미국 수사 당국이 확보하는 범행증거를 기초로 이번 사건 혐의자인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 라덴은 그러나 “위대한 알라에게 감사한다”며 “하지만 내가 범행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그와 가까운 팔레스타인계 언론이 전했다. 이번 테러로 현재까지 수천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지만 희생자는 2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테러리스트들이 목적을 달성한 만큼 추가테러의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그러나 미 연방항공청(FAA)은 12일 정오(한국시간 13일 새벽1시) 발표할 예정이던 민항기 운항금지 조치 해제를 연기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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