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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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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연말, 한 세기를 보내며 특집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여행전문가 10명의 추천을 통해 ‘지난 100년 간 가장 사랑 받았던 여행지 5곳’을 뽑았습니다.앞으로의 100년도 변함없이 사랑을 받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었죠.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제주도가 설악산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습니다. 허니문 취재를 하면서 새삼 확인한 것입니다만 여행사의 허니문 상품 중 국내여행 상품은제주도행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지이기 때문입니다.

1년에 탄생하는 부부는 평균 43만 쌍.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중 약 35만쌍이 제주도에서 허니문을 즐겼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의 허니문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지난 해에는 제주도를 약 20만 쌍밖에 찾지 않았습니다. 많은 신혼부부가 외국으로 나가기 때문이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일생에 딱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딱 한 번뿐’이니 폼나게 해외여행을 하고 싶겠죠. 그래서 카드빚을 내고 사채까지 빌려 먼 바다를 건너 갑니다.

신혼여행은 추억만들기입니다. 그 추억은 부부가 평생을 사는 데 매우 중요한 에너지입니다.그런데 추억은 그냥 놔두면 서서히 지워지지만 계속 보충하고 아끼면 더욱 빛납니다.

유럽의 한 고성에서, 호주의 한 해변에서 만들었던 추억을 재충전하기가쉬울까요.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결국 ‘딱 한 번’의 여행이 되어버리고 추억은 희미해져 갑니다.

제주도는 가깝습니다. 서울서 1시간이면 됩니다. 교통체증을 감안한다면 아마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여행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행비가 비싸다고요? 꼼꼼하게 따져보고 또 경험이 쌓이면 멋모르고 갔을 때의 절반 비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혼의 두근거림이 서린 장소를 함께 찾는 것. 평생을 신혼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여행지입니다. 찾을 때마다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자주 제주여행을 하던 사람은 결국 주저앉아 정착하고 맙니다.

그 깊은 맛을 모르고 비싼 돈 들여 외국의 무의미한 리조트를 찾는 커플이 많아 ‘애국심이 철철 넘치는’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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