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한국시간) 미국에서 동시다발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긴급뉴스를 보며 긴장감에 휩싸였다.길가던 시민들도 갑작스런 소식에 경악을 금지 못한 채 귀가를 서둘렀다. 한편 미국행 국내선항공기의 출발이 12일 새벽부터 전면중단됐다.
○…가족과 친지가 미국에 있는 시민들의 안부전화가 폭주하면서 뉴욕, 워싱톤 등지의 전화가 불통사태를 빚었다. 아들, 딸을 뉴욕에 유학 보낸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진숙(55)씨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에 공부하러 보냈는데 이런 어이 없는 사건이 벌어지다니 후회막심”이라며“전화 연락도 되지 않아 안전한 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울먹였다.
뉴욕과 뉴저지 등 일원에 사는 교포들은 폭파사건이 CNN에 보도된 직후 한국으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8시20분 승객 283명을 태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던 대한항공 여객기 KE011편이 운항도중 회항이 결정돼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했다. KE257편 등 화물기 2대도 인천공항으로 회항중이다.
미국 워싱턴행 KE093편은 워싱턴공항이 폐쇄돼 미네아폴리스로 목적지를 긴급 변경, 착륙하는 등 국적사 항공기 운항이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항운영센터 관계자는 “국적사 항공기 10여대가 미주지역으로 운항 중인데 일부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오고, 나머지는 워싱턴과 뉴욕을 제외한 다른 미국내 공항이나 캐나다로 회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안전운항 관리실을 중심으로 비상소집, 비행스케줄을 변경하느라 밤샘 작업을 했다.
○…유엔본부 앞에 있는 유엔한국대표부와뉴욕 총영사관의 대부분 직원들은 비상상황 근무요령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였다. 뉴욕에서는 세계무역센터에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점을 감안, 총영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가동하고 한인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안팎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금융기관의 뉴욕 지점 직원들에 대한 정확한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서울역, 신촌, 종로등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 도심에서는 호프집, 편의점 등 TV가 있는 곳에 모여 들어 눈을 떼지 못했다. 대학생 김민석(25)씨는 “마치영화 ‘계엄령’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라며 “미전역에 계엄령까지 내려질 비상상황 아니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학원생 조영민(29)씨도“미국의 대 테러진압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당혹해했다.
○…미 대사관에는 사고 소식에 놀란 주한 미국인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한 대사관 직원은 “지난 7일 이미 미국 내의 테러 위험을 감지하고 주한 미국인들에게 공공 장소 가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내려보냈다”며“비상 근무에 돌입해 사건 추이에 모든 직원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험프리 캠프에 근무하는 더글러(21) 상병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거듭하며 “워싱턴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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