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원대의 기업구조조정자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 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구속된 ㈜G&G그룹 이용호(李容湖ㆍ43) 회장에 대해 서울지검이 횡령 및 주가조작 등 혐의로 수사를 벌이다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분했던 사실이 10일 밝혀졌다.서울지검 특수부가 맡아 5개월 동안 심도 있게 수사를 벌이다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1년3개월이 지난 시점에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담당하는 대검 중수부가 뒤늦게 구속수사하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범죄사실을 통보해오기 이전에 자체적으로 수사했던 사실을 밝히지 않아왔다.
이씨는 1999년 12월 중순 자신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인 심모씨에 의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횡령 혐의 등으로 서울지검에 고소됐다. 서울지검은 당초 이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했다가 이듬해 중요 경제범죄나 대형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특수2부에 이첩,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특수2부는 당시 이씨가 KEP전자㈜와 ㈜대우금속(현 ㈜인터피온), 삼애인더스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심도 있게 수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수2부는 지난해 5월29일수사착수 5개월여 만에 이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무혐의 처분은 이번에 이씨를 구속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 결과와는 정반대여서 수사미진 또는 수사외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특수부가 조사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했고 특히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3, 4, 8월께 이씨가 다른 사건으로 사기와 증권거래법,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로 고소돼 별도로 조사를 받던 중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점에서 더욱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당시 특수부 주임검사였던 A씨는 “지난해 5월 이씨를 수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자세한 혐의와 처분결과 및 이유에 대해서는 보안 원칙상 밝힐 수 없다”고 상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수사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다른 검사 B씨는 “지난해 중반 이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특수2부에서 수사를 벌였으며 대검의 이번 수사내용과도 상당부분 관련된 것이었다”며“수사가 진행되다 말미에 가서 유야무야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특수부 부장검사였던 C씨는 “회사 관계자의 진정으로 이씨의 공금횡령및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투자과정이 복잡해 혐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데다 상대방이 진정을 취하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증권가에는 이씨가 여권 실세 정치인들과 조직폭력배 등의 자금을 관리해주었고 검찰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아왔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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