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라기보다는재택근무를 하는 PR담당 직원이나 마찬가지죠.”과천외국어고 2학년에 재학중인 오상익(吳相益ㆍ17)군은 스포츠의류 전문업체 아디다스가 운영하는 ‘아디다스 트렌드 스카우트(aTS)’1기 멤버다.
aTS는 요즘핵심 소비계층으로떠오른 N세대의 취향과 사고방식을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아디다스 본사가 도입한 일종의 모니터 프로그램.
한 달에한 번씩정식 급여까지받는 오군은 아디다스 제품중 평소본인이 좋아하는 T셔츠나 모자, 바지, 시계 따위를 원하는 대로 착용한 채 생활하면서 또래집단에서 스스로 트렌드를 창조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을 매일같이 체크해 회사마케팅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업무보고도한다. 오군은 “불꽃 모양의 아디다스 로고가 제품마다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위치에 찍혀 있어 로고의 위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는데 본사로부터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신이 왔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소비자를기업경영의 파트너로끌어들이는 적극적개념의 모니터제도가확산되고 있다. 활동도 단순히제품을 써보고평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신제품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임원자격으로 중역회의에 참석해 중요한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행사하기도 한다.
필요한 때만 모니터를 뽑는 방식이 아니라사내 부서의 하나처럼 항시 모니터팀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늘고있다.
제일제당은 육가공제품의 개발 및 홍보를 위해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햄스빌 3040 주부 상품기획단’을 모집중이다.
모집분야는 식품영양, 요리, 디자인, 마켓리서치, 광고 및 홍보, 이벤트기획, 유통의 총 7개. 해당 분야를 전공하였거나 관련된 직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주부들만 지원이 가능하다.
신제품평가 위주의기존 주부모니터와 달리영역별 전문가를 위촉해 소비자들에게 아예 상품기획자체를 맡겨보겠다는회사측의 전략.
행복한 세상백화점은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고객자문이사’ 제도를 도입, 운영중이다.
월 60만원의 급여를 받는주부들은 매주마케팅, 판촉 회의에 참석해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 특징.
지난 해갈비세트 일색의 추석선물세트 리스트를주부들 ‘입맛’에 맞게 재조정한것이나 백화점옥상에 소동물원과 어린이 놀이시설을 조성하고, 지하에유기농 야채전문매장을 설치한것 등이모두 이들고객자문이사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행복한 세상 관계자는 “일반 모니터는 회사에서 지시한 내용만 수행하지만 고객자문이사는 스스로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계획도 변경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여러 미비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가 매우 큰 제도”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최근 각점포에 ‘감식관제’를도입했다. 식품매장은 상품의 선도 등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주부 2명을‘감식관’으로 임명해 위생 관리, 품질 점검등을 맡기고있다.
주부 감식관들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장에 상주하며 판매사원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매장 책임자나점장, 사장에게 감시결과를 보고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수요자 중심의 기업경영이 화두로떠오르면서 고객의 의견을 단순히 참고하는 차원을넘어 경영활동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직접 맡기는기업들이 늘고있다”며 “유능한 소비자를 기업경영의 파트너로 삼기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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