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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애널리스트들 "정보 캐내는 만큼 몸값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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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애널리스트들 "정보 캐내는 만큼 몸값 직결"

입력
2001.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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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와 기업은 영원한 긴장관계다.특히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불리한 정보의 유출을 가능한한 차단하려는 기업과, 어떻게든 남보다 한발 앞서 정보를 확보해야하는 애널리스트 간의 신경전이 더욱 뜨겁기 마련이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애널리스트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그들을 다룬다. 정보제공의 키를 쥔데다, 회사채 발행 등 증권사 수입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

최근 한 기업은 부정적 전망을 낸 한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출입금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대기업에 대해서는 '봐주기 분석' 경향이 적지 않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매도의견은 절대 낼 수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그렇다해도 애널리스트간의 정보전은 매일 피를 말린다. 특히 증시의 향방을 좌우하는 반도체기업정보 발굴은 '내부자 거래'를 포함,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지난 연말 S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직원과 거래하다 적발됐고, 8월 말에는 또 다른 직원이 P증권에 내부정보를 제공하다 구속됐다.

반면 중·소형기업들은 애널리스트가 회사의 주가를 좌우하는 만큼 경영정보 공개에 적극적인 편이다. 코스닥 활황 때는 기업과 애널리스트의 돈 거래 의혹도 자주 제기됐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정보공개는 투자와 투명경영의 전제인 만큼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국기업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에게 영업비밀 보호는 생존과 직결된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정보공개 수위를 놓고 항상 논란을 빚는 것은 물론, 기업정보를 넘는 기밀유출 이나 왜곡된 정보의 유통이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주가가 형성될 수 있지만, 정보공개를 꺼려 해외상장을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굿모닝증권에 따르면 작년 회계년도에 현대차 LG전자 SK정유 등은 회계방법을 바꾸는 방법을 통해 실적을 부풀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는 실제 4년 전 실적으로의 복귀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정보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정보력이 자신의 몸값, 심지어 자리보전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 따라서 언론 등에서 선정, 최고의 실력을 공인해 주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모든 애널리스트들의 목표다.

그러나 일반투자자 보다는 주로 펀드매니저가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펀드매니저의 '심부름꾼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애널리스트가 정보를 미리 알면 펀드매니저에게 먼저 알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베스트 선발제도가 아예 사라지거나, 외국처럼 일반 투자자에게 정보가 동시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실력의 관건은 정보력보다는 역시 분석력이다. 이 달 4일 발표된 미국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은 악재였지만, 막상 이를 악재로 분석한 국내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었다. ^최근 시장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형사인 대우증권도 작년 맺은 2년 연봉계약을 무시하고 연봉 재조정에 들어갔고, 삼성증권은 5명을 감원하고, 지명도 높은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유치를 추진 중이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애널리스트들의 정보전이 더욱 격렬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애널리스트 적중률은 얼마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과 추천 종목은 과연 믿을 만한가. 금융정보 업체인‘FN가이드’가 올 상반기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1만2,000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답은 “글쎄올시다”다.

보고서는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추천을 한 종목이 오히려 더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중립 또는 매도추천을 받은 종목은 평균 27.1%의 수익률을 낸 반면 매수 이상 추천을 받은 종목의 수익률은 26%에불과했다는 것.

심지어 D 증권사는 2월 코스닥 업체인 프로칩스가 부도를 내기 40일전 낸 탐방 보고서에서 이 회사를 안정된 매출기반을 가진 우량기업으로소개하며 매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또 적정주가와 현 주가의 괴리율이 100% 이상으로 지목된 종목의 수익률은 25.8%로 비교적 높았지만 괴리율이 50~100% 미만 종목은 수익률이 5.1%로 급감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들이 한 번이라도 투자의견을 낸 종목이 전체의 45.3%인 593개, 투자자가 미래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제시한 종목도 33.1%에 그쳐 상장 기업에 대한 충분한 투자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움직이는 과녁을맞추는 게임’에 비유하며 고충을 토로한다. 해당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 신제품 매출전망, 노사분규 발생가능성 등 영업환경 외에도 국내 및 세계 경제흐름, 환율, 물가, 게다가 정치까지 변화무쌍한 요소들을 모두 반영해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않다는 것.

그나마 국내기업이 미국처럼 분기별 전망치라도 공개한다면 한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변명’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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