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늘이다.”소설가 안정효(60)씨는 1991년 중편소설 ‘미늘’을통해 이 섬뜩한 말을 전했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저지르는 잘못과 죄는 지워지지를 않고, 한번 살 속에 박힌 낚싯바늘의 미늘처럼 인간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미늘은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거스러미를 뜻하는 우리 말이다.
안씨가 꼭 10년만에 ‘미늘’의속편인 중편 ‘미늘의 끝’(들녘 발행)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을 묶어냈다.
‘미늘’을 읽으면서 꼭 스스로의 목구멍에 미늘이 걸린듯한 느낌을 체험했을 그의 독자들은 반갑다.
‘미늘의 끝’의 주인공들은 예전그대로다. 아내에게 얹혀 사는 꼴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려 하는 대신 낚시질을 떠나듯 생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서구찬, 그와 10년 전 만나 지금껏 관계를 맺어온 여자 수미, 서구찬과 낚시 친구로 그와는 달리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광우. 그들 셋이 10년만에다시 갯바위 낚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아픔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것일까?” 작가 안씨는 인생이 미늘이라는 전언 외에 이번 소설에서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미늘에 걸려들 줄 알면서도 생의 어두운 구멍으로 목을 들이미는 우리의 심성, 미늘이 윗입술에 꽂힌 채로 줄 하나에 매달려 제자리에서 한없이 방황하는 생활, 그렇게 해서 바늘에 걸린 삶을 풀어보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얽히고 설킨 낚싯줄을 풀지도 목하고 끝나기 마련인 그이후 나머지의 삶.
결국 구찬은 20㎙가 넘는 파도에 휩쓸려 생을 마감한다. ‘인생에서 무엇에도 적극적으로 저항한 적이 없었던 서 사장은 바다에 맞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작가 안씨는 그의 최후를 묘사했다.
실제 겪고 본 것이거나,아니면 타자로부터 들은 간접체험이 아니라면 쓰지 않는다며 “소설은 오히려 사실보다 정확해야 한다”고 하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안씨가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 갯바위 낚시 현장의 자연과 인간의 모습은 그대로 눈 앞에 보는듯 생생하다.
그 속에서 저자의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마치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물고기인 감생이’가 해면 위로 튀어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번득이며 빛을 발한다.
실제 “낚시광인 저자는‘미늘’과 ‘미늘의 끝’ 그리고 이번 작품집에 실린 다른 중편 ‘물에 빠진 대화’로 이제 낚시 이야기는 그만 쓰겠다고 한다. 그건 아쉽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