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전 우승이었다. 선두 도나 앤드루스(미국)에 5타나 뒤졌던 박희정(21).“앤드루스를 따라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실토대로 박희정은 10일(한국시간) 최종라운드서 가늠쇠를 1타 앞선 2위그룹을 향해 조준했다. 박희정은 3~5번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았다. 앤드루스는 3번홀(파5) 보기. 순식간에 1타차로 좁혀졌다.
박희정의 선전에 압박감을 느꼈는지 통산 6승의 노련한 앤드루스였지만 6번홀(파3)에서 다시 1타를 까먹었다. 공동선두. 앤드루스의 갈지자 걸음에 기세가 오른 박희정은 8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 앤드루스를 추월했다.
하지만 박희정은 10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벙커행, 2번만에 벗어나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범했다. 선두자리를 되찾은 앤드루스가 11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으면서 다시 2타차로 벌어졌다.
“10번홀 더블보기 때 그저 담담했고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는 박희정은 12, 13번홀(이상 파4) 연속 버디로 공동선두에 복귀했다.
박희정은 16번홀(파5)과 17번홀(파3)에서 또 다시 줄버디,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앤드루스에 1타 앞선 9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곧이어 앤드루스의 18번홀(파4) 버디 퍼트.그러나 긴장감이 잔뜩 묻은 볼은 컵을 빗나갔다.
박희정이 10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CC(파70)에서 끝난 미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윌리엄스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 3라운드서 6언더파 64타(버디8, 더블보기1)를 몰아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1타로 첫 우승을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박희정은 유일하게 사흘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냈을 뿐 아니라 이날 자신의 18홀 최저타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풀시드 멤버에서올해 조건부 시드권자로 떨어진 박희정은 우승상금 15만달러 획득으로 시즌 상금이 27만9,821달러로 불어나 앞으로 3년간 풀시드를 확보했다.
한편 박지은(22)은 1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언더파 209타로 공동5위, 모처럼 상위권에 자리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박희정 인터뷰
한국선수로는 6번째 LPGA를 제패한 박희정은 “코스가 마음에 들었고 운도 많이 따랐다”며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샷에만 집중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너무 기쁘고 홀가분하다”는말로 우승소감을 대신했다.
-예상밖의 역전 우승인데.
“어제 버디 기회를 여러번 놓친 경험을 살려 오늘은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어 다른 선수들이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한 데 비해 내 샷은 낮게 깔리는 편이라 유리하게 작용했다.”
-앤드루스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면 연장전까지 갔을 텐데.
“나도 그 홀에서 못 넣었으니까들어가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각오는.
“2년동안 고생한 끝에 우승자 대열에 이름을 올려 뿌듯하다.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
■박희정은 누구
1999년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지난해 LPGA투어에 데뷔한 박희정은 한국이나미국보다 호주에서 더 유명했다. 중1때 호주로 골프유학을 간 이후 호주주니어챔피언십 3연패(96~98년), 최연소 호주국가대표, 호주아마추어선수권제패(97년 17세때) 등을 통해 코리안 열풍을 일으켰다.
98년 한국에 돌아와서는 당시 최연소 프로입문(18세1개월)과 최연소 프로대회우승(18세6개월ㆍ스포츠서울레이디스오픈)의 기록을 남겼고, 이듬해에도 국제대회인 인도네시아레이디스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무대 정복에 나선 박희정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하위권을 맴돌았다.25개 대회에 참가, 그린스닷컴클래식에서 공동 12위에 올랐을 뿐 15개 대회에서 컷오프당하는 좌절을 맛봤다.
상금이라야 고작 4만여달러. 상금랭킹도 134위에 그쳐 90위까지 주는 풀시드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올 시즌 조건부 시드로 강등됐다.
지난달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공동 9위로 첫 톱10에 진입하자 의욕을 회복,결국 첫 승의 꿈을 이뤘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외모때문에 ‘코알라’로 불리는 박희정은 아버지 박승철(46)씨의 지도로 골프를 시작했다.
남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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