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작발표회도 없었다. 2일 서울 강남 한 음식점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저녁 먹은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만들겠다’는 감독의 거창한 계획도 없다.“영화에 대해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도 하나하나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홍상수 감독의 4번째 영화 ‘생활의 발견’ 은 이렇게 시작했다. 원래 말이 적은 감독이지만 유달리 이번에는 심하다. “정말 나도 모른다”고 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오!수정’까지 2년을 주기로 남녀 관계를 통해 그가 그려낸 차갑고섬세한 일상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줄거리 말고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국 소설가 린위탕 (林語堂) 의 저서와 같은 제목의 ‘생활의 발견’은, 그러나 거창한 인간 문명 비판이 아니다. 홍상수 감독이 밝힌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서울의 한 남자 경수(김상경)가통장에 남은 돈을 모두 찾아 춘천행 기차를 탄다. 춘천에서 그는 ‘무용을 했지만 시를 쓰고 싶어하는 여자’ 명숙(예지원)을 만난다.
짧은 만남과 감상에 젖은 여자를 뒤로 하고 그는 부산행 열차를 탄다. 열차에서 만난 여자 선영(추상미)을따라 남자도 경주에 내린다.
사건도, 드라마도 없다. ‘강원도의 힘’ 처럼 어느 가을 일주일 동안의 여행기록이다. 홍상수 감독은 그 여행 속에서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위선, 내면과 일상을 드러내고자한다.
‘오! 수정’ 처럼 ‘생활의발견’은 시간의 순서대로 찍는다. 배우들의 감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뼈대만 구성해 놓고는 배우를 캐스팅했다. 탤런트 김상경과 추상미 예지원. 이번에도 눈길을 끄는 스타는 없다. 홍상수 감독은 “오랜 인터뷰를 통해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서 느낀 배우들의 개성을 녹여 이야기를 완성했다. 시나리오가 없다. 배우 스스로 정말 여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고, 대사를 주고 받고, 사랑의 감정과 행동을 표현한다.
그 여행을 기록을 통해 홍 감독이 발견하고자 하는 ‘생활’은 어떤 것들일까. 특별한 진리나 가치가 아니다.
초라한 현실, 어긋난 삶, 홍 감독이 “일상의 중요한 일부”라는 섹스에 대한 욕망과 위선, 자기 기만, 연민 등이다.
그의 일관된 영화세계이기도 하다.‘생활의 발견’은 11월까지 촬영을 끝내고, 내년 초에 개봉한다. 홍 감독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다분히 내년 칸영화제 출품을 겨냥한 제작 일정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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