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설은 한 순간이지만 후회는 영원하다.”영화 ‘007 제임스 본드’시리즈의 모델인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최초 여성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65)이 이러한 정보기관의 불문율을 어기고 재임시절 회고록을 발간키로 해 영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공개된 비밀’이란 제목의 이 책은 다음 주부터 가디언지에 연재되는데 출간 전부터 벌써 일부 굵직한 비화들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제 1탄은 MI5의 조직적인 노조파괴 공작. 영국 언론들은 8일 이 책을 인용,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80년대 광산노조 파업 당시 노조 지도자들을 ‘내부의 적’으로간주해 정보기관에 이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었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 007 시리즈에 나온 암호명‘M’의 실제 모델인 리밍턴은 이 책에서 자신은 당시 MI5의 국가전복음모 대책반 책임자로서 광산노조 파업와해 공작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국가안보와 경제를 우려, MI5 요원이 전국광산노조에 침투해 아서 스카길 등 노조 지도자들의 활동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사상 첫 여성 정보국장이자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첫 정보국장이기도 한 리밍턴은 이책에서 자신의 국장 재임기간(1992~1996년)을 포함, 15년 간의 MI5 시절을 회고하면서정보기관 출신들의 기밀유지 의무를 규정한 직무상 비밀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책 발간을 놓고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물론 정부와 의회로부터심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민감한 내용을 일부 삭제 또는 수정, 암묵적인 승인을 얻어냈다.
그러나 그가 테러방지와 방첩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면서 수행했을 노조간부나 반핵운동가, 사회운동가, 급진적인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과 도청행위 등이 회고록을 통해 드러날 경우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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