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자체 보다는 지식을 창조하는 상상력과 지혜의 지팡이를 학생들에게 남겨 주고 떠납니다.”이어령(李御寧ㆍ67)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30여년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떠나며 7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퇴임 고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소설가 최인호(崔仁浩)씨와 이강숙(李康淑) 한국예술종합학교장 등 문화계 인사와 제자 600여명이 참석, 그의 강단을 나서는 길을 배웅했다.
“흑백논리, 이분법, 사지선다 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대학의 황량한 문학 강의실을 아이러니, 역설, 다기호 체계로 가득한 창조와 상상의 세계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헴록을마신 뒤에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정보ㆍ지식ㆍ지혜’라는 제목으로 40여 분간 진행된 강연에서 이 교수는 그 동안 한국 문화계 중추로서 활동하며 느낀 고뇌와 지향을 이야기했다. 강연 제목은 소크라테스가 최후 강연을 하고 독약 헴록(hemlockㆍ독미나리)을 마신 것에 비유한 것.
이 교수는 “내젊음을 바친 강단을 떠나려 하니 헴록을 마신 듯 온몸으로 점점 냉기가 올라오는 것처럼 쓸쓸함을 느낀다”며 “그러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내 가르침을 따라 무한한 창조력을 지닌 문학인으로 자라난 제자들이 있어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자연인 이어령’으로 돌아간 이 교수는 앞으로 동서양의 고전에서 새로운의미를 발견하는 ‘창조적 고전 읽기’와 개인적인 저술활동에 몰두할 계획이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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