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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장교들 갈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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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장교들 갈곳이 없다

입력
200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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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위로 예편한 사관학교 출신 K(38)씨는 요즘 앞날이 캄캄하다. K씨는 군에서 제공하는 직업교육을 받은 뒤 대기업 등 수십 곳에 원서를 냈다.그러나 감감무소식.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난 3월 한 중소기업에 계약직으로 취업했지만, 경기 불황 등으로 언제자리를 내놓아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K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군의 재취업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40대에 전역하는 영관급 장교들의 경우, 일반 기업체 취업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재취업하지 못한 대다수 전역자들은 식당 등 개인 사업에 뛰어들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사회물정도 모르고 사업에 손을 대다 사기를 당해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경우도 허다하다고 그는 전했다.

군의 고급인력들이 갈곳을 잃고 있다. ‘유신 사무관’ 등 잘 나가던 장교 재취업도 이젠 까마득한 옛날 얘기다. 7일 국방부의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준ㆍ하사관과 대위 이상으로 예편한 직업 군인(2,596명)의 재취업률은 28.8%(748명). 이는 IMF 그림자가 드리운 1997년 재취업률 37.8%보다 9%포인트 낮다.

재취업 직종도 예비군 지휘관과군무원 등 군 관련업이 64.7%이고, 일반 기업체는 35.3%(전체 전역자 중 10.2%)에 그쳤다. 일반 기업체의 취업 역시 중소기업이거나 계약직 등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IMF체제 이후 군 인력에 대한 민간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 군 관계자는 “IMF 이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군 인력은 아예 재취업 문이 막혔다”며“특히 정보통신산업(IT)이 부각되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40대의 전역군인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요즘 군에서는예비군 지휘관 모집에 전역자들이 대거 몰리고, 1990년대 초 불었던 조기전역 바람 대신 계급 정년까지 머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예비군 지휘관 시험 경쟁률은 10여년간 최고인 4대 1 이었다.

군의 재취업난은 현역군인들의 사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달 영관급 장교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해 군을 떠나게 된 장교들은 눈 앞에 닥친 ‘생계 걱정’으로, 현역 장교들은 ‘닥쳐올 장래 걱정’으로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현역 중령 C모(44)씨는 “자녀 학비ㆍ결혼 등으로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할 나이에 실업자가 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장교 등은엄청난 국가예산이 투입된 인재들임에 틀림없다”며 “정부는 실적위주의 형식적인 취업교육 보다 미국과 대만처럼 장교들이 재취업 걱정없이 복무에 충실할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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