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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까치장관'의 고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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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까치장관'의 고별강연

입력
200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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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어제 고별강연을 갖고 강단을 떠났다. 신문마다 큼지막한 인터뷰가 실리는 등 자못 떠들썩했다.올림픽 개막식과 새천년맞이 행사를 비롯, 수많은 이벤트를 구상한 한시대의 기획자 다운 공식무대의 퇴장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주연한 이 작은 행사에 사회가 관심을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세월의 순리에 따른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한 시대가 지나가는 상징으로 본 까닭인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60년대 우리가 농업사회에 머물러 있을 때 전통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사회활동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에도 고전을 되새겨서 제시한 상상력은 발군이었다. 정보화사회로 나아가는 시기는 이미 할아버지 나이였는데 누구보다 앞서서 미래사회를 알리는 전도사로 지냈다.

20세기말 전환기의 문지방에서 엉거주춤 할 때 컴퓨터는 상상력을 펴나가는 또 다른 그의 색연필이었다.

■이어령 교수는 정치가 순수문화인을 모처럼 배려한 시기에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 시기는 현실의 벽을 제대로 알게 된 기회였다.

지식인은 멀리서 정부정책과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장관으로서 국민의 생활에 문화를 스며들게 하는 직무가 쉬울 리 없었고, 예산의 뒷받침 없이 열정만으로 문화사업을 펼쳐낼 수 없었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어령 장관이 강조하는 말들은 별명처럼 마치 까치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문화는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의미한다. 또한 미래를 열어나가는 열쇠이기도 하다. 기호학 은유 문학언어 사유체계 꿈.

이런 말로 정책을 논하는 무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차라리 문화기획자 이어령이 신도시 건설을 주도했으면 어떠했을까.

건설에서 운영까지 모두 책임을 졌다면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지 않았을까. 까치장관은 다시 고전읽기로 돌아간다고 한다.

새롭게 해석된 동서양과 한국의 고전은 또 다른 미래를 여는 문이 될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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