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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그 많던 물이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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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그 많던 물이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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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위기남아프리카 오카방고강의 원주민인바에이인들 사이에는 강 아래 진흙탕에 괴성을 지르는 해골군단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세상이 끝날 때 모든 물이 바싹 말라버리면서 해골군단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바에이인은 그러나 해골군단의 출현 때문에 세계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럽게확장을 일삼는 인간들 때문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카방고 지역에는 물을 실어내는송수관과 건설자, 엔지니어, 물 감독청의 공무원이 매일매일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범람하던 물은 1996년부터 오카방고 삼각주까지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한 바에이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미비아가 물을 끌어가기 위해사막을 통과하는 송수권을 우리 지역에 건설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돼서 이곳의 물이 마른다면 우리는 더이상 살 수가없어요.”

토론토 라이프지의 전 편집인마크 드 빌리어스(61)는 ‘물의 위기’를 집필하기 위해 중국의 홍수범람원부터 브라질의 습지까지 전세계를 누볐다.

사해의수면은 100년 동안 10리터 이상 내려갔고,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4년 여에 걸친 가뭄으로 수 백 만 명이 죽었다.

사하라 사막은 계속 확장되고있으며, 인도의 펀자브 지방과 방글라데시에서는 거의 매년 홍수가 발생하는데도 지하 수위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겪고있는 물 부족 문제를 파고들면서 빌리어스는 물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의 위기는 인간의 이용과개발로 가속화한 것이다. 인간은 산업화라는 명목으로 강과 바다를 더럽혔고, 물의 오염은 기후 변화와 사막화를 불러왔다.

자연이 붕괴되기 시작한것이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댐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댐은 퇴적물의 운반을 막아 하류의 비옥한 삼각주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관개(灌漑)를 하고 지하수를 이용해 식량을 생산했다. 관개를 위해 지하 대수층에서 마구 물을 퍼올린 결과 지하수위는 심각하게 낮아졌고, 농작물생산에 이용된 물은 토양의 염분 때문에 염도가 높아져 버렸다.

물 부족 현상은 급기야 국제 분쟁을 일으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시리아, 레바논은 요르단강을 놓고 오랫동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문명의 근원지 나일강을 둘러싸고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수단은 2,000년동안 분쟁을 벌여왔다.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강에 얽힌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의 분쟁도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빌리어스는 물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닷물의 담수화 등을 통해 물 공급을 늘리는 것, 기술 혁신과 가격정책을 통해 물을 덜 사용하는 것, 인구 증가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 다른 곳에서 물을 훔쳐오는 것 등이다.

네번째 방법은 물론 ‘물전쟁’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 ‘물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한편, 인간에게 물의 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가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는다.

저자는 수문학자인 페오도르 지볼트를 인용해 “인간의 최악의 본성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전장에서 우리에게 전혀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음을 가진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사랑 없이도 산다. 그러나 물 없이는 아무도 살 수 없다.” 터키의 한 사업가의 말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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