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독일 레버쿠젠 구장을 방문했을 때 관중석 통로에는 차범근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다. 레버쿠젠이 배출한 스타중 불과 10여명만이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역시 ‘차붐’은큰 선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범근을 스타로 만든 것은 바로 성실성이었다. 레버쿠젠 감독이 은퇴하려는 차범근에게“훈련 때 가장 먼저 나와 선수들 맨 앞에서 뛰는 것 만으로 당신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니 더 있어 달라”고 만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그의 성실성에 관한 일화는 많다. 70년대 태릉선수촌 합숙 때 대표팀 막내인 그는 선배들 장비를 챙기느라 훈련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할 수 없이 자유시간을 이용해 개인훈련을 했는데 슈팅 연습할 때 볼을 던져주는 사람이없어 애를 먹었다. 이를 지켜본 선수촌 직원이 볼보이를 자원해 훈련을 도와주었는데 차범근의 슛이 얼마나 강한지 뒷꿈치로 차는 페널티킥조차 한번도 막지 못했다고 한다.
차범근은 지금의 부인 오은미씨와 데이트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장소에 관계없이 줄넘기를 했다. 또 독일까지 취재온 한국기자를 자기 차에 태우고 가다 시간이 되자 “훈련하러 가야 한다”며기자를 고속도로에 내려놓고는 혼자 가버린 일도 있었다. “훈련 또 훈련하는 차범근을 보고 훗날 대선수가 되리라 생각했다”고 당시 태릉선수촌 훈련과장을 지낸 이응식씨는 말한다.
최근 고종수(수원 삼성)가 무릎부상으로 내년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하다고 한다.그러나 그처럼 부상이 많다면 스타의 자질이 없다. 부상이 잦은 것은 평소 개인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웨이트와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면 발달된근육이 뼈와 인대를 보호해줘 큰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스포츠과학자들의 견해다.
과거나 지금이나 평소 술, 담배, 여자를 가깝게 하는 스타들이 많다. 고종수도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고종수는 올림픽대표 시절 무단외박은 물론 A매치 경기 때 유니폼조차 챙기지 않고 경기장에 간 일도 있어 허정무감독과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자질만으로 충분히 유럽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근성과 성실이 없으면서 ‘뫼만높다’고 하니 이를 누가 스타라고 하겠는가.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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