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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왜 잔류 택했나 / JP와 결별…내심 '대권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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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왜 잔류 택했나 / JP와 결별…내심 '대권승부수'

입력
2001.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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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고심 끝에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와 결별을 선언하고 마이웨이를 택했다.총리직에 대한 미련, 청와대의 잔류 권유, JP의 압박이라는 3각 구도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던 이 총리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DJ와의 협력 속에 대망에 다가서겠다는 나름의 포석이다.

이 총리는 특히 “JP와는 당분간 만날 계획이 없으며, 언젠가 JP를 찾아 소상히 경위를 말씀 드리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JP와 결별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이유로 “당보다는 국가와국민이 우선이라는 평소에 소신… 국가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제시했다. “정부가 어려운 때에 개혁지속과 대북화해 정책추진, 내년예산안 확정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자신을 총리로 앉혀준 JP와의 결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현 국면에서 총리직을 유지해야 자신의 대권행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 총리는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총리직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나름의 포부를 갖고 있다.

교섭단체마저 무산된 자민련보다는 여권에 몸담아야 잠재적 대권후보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야만 중부권ㆍ보수를 대표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강점이 된다.

앞으로 정국 변화에 따라 DJP공조가 복원될 경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자민련 당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민련의 반발무마와 함께 이 점을 고려한 것 같다.

사실 이 총리로서는 자민련에 돌아가봐야 뾰족한 수가 없다. 당에 아무 기반이 없을 뿐 아니라 JP대망론이 무성한 당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자민련의 존립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를 주저앉히기 위해 여권이 총리직 플러스 ‘알파’를 확약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잠재적 대권후보 보장 등의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잔류선언까지가는 과정에서 이 총리가 보인 행태는 비판 받을 소지가 많다.

이 총리는 오락가락 행보로 이미지 실추를 자초했고 총리에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또 “거기에 남아 총리를 할 상황이냐”는 JP의 격노가 말해주듯 자민련의 격한 반발도 부담이 된다. DJ와 JP의 관계악화로 정국이 더 소용돌이 칠 수도 있다.

거취를 놓고 총리답지 않게 갈 지(之)자 행보를 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 정치적 후원자인 JP를 배신했다는 비난도 감내해야 한다.

이 총리는 이번의 선택이 해임안 가결 후 스스로 밝힌 “정치 도의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겠다”는 다짐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JP "도저히 이해 안되는 일"

1박2일의 일본 방문을 끝내고 6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어투에 담겨있는 불쾌감마저 지우지는 못 했다.

귀빈실에 들르지 않은 채 입국장으로 바로 들어온 JP는 이한동 총리의 총리직 잔류와 관련한 질문에 “내가 세상 물정을 겨우 알 만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을 했어.

그러니 더 할 말이 없어. 유구무언이야”라고만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 총리 모두를 향한 불편한 심경의 표출이었다.

JP는 공항에 나온 50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대통령, 김종필”을 연호하자 “그만 그만…. 이제부터요. 용기 내세요. 이게 다가 아니요”라는 말로 일전불사의 의지를 비쳤다. 신당동 자택으로 직행한 JP는 이양희(李良熙) 총장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과 함께 향후 대응책을 숙의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이 총리의 총리직 잔류 소식이 알려지자 자민련은 아연실색했다. “해바라기” “이중 인격자” 등 거친 표현과 함께 배신감을 가누지 못 했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국민이 이 정권과 이 총리를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낼 경우 주저없이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런 정치를 하고도 자식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소했다.

이완구(李完九) 총무는 “변절자가 새 내각을 이끈다니 국민이 웃을 일”이라고 했고, 이재선(李在善) 의원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권력에 빌붙은 구악(舊惡) 정치인의 본색이 바뀌겠느냐”라고 비난했다.

흥분한 일부 사무처 직원들은 중앙당사에 걸린 이 총리 사진을 팽개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양희 총장과 변 대변인 등은 삼청동 총리공관을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당직자들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먼 훗날 좋은 결과가 있으리란 참 뜻을 이해해달라”고 말했으나, 이 총장 등은 “개인, 당, 나라 어디에도 도움이 되는 선택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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