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의 민주당 대표 내정에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정(親政) 의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한 실장 안은 사실 민주당에서 흔쾌히 받아들이는 카드는 아니다. 민주당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한 실장의 당 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 대통령이 이를 외면한 채 한 실장을 당으로 내보내는 것은 그만큼 자기 사람으로 당을 장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한 실장이 실세이면서도 대선 주자 성격이 약한 ‘힘있는 관리형’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야당때 DJP 대선후보 단일화, 노사정위원장 시절 노사정합의문을 이뤄내는 등 조정력도 뛰어나 대야 대화에도 적합하다는 평이다.
한 실장으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핵심부에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번 대표 인선 과정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한 실장 간의 ‘양 한(韓)’대결 구도로 요약된다.
한 최고위원은 인선 초기부터 당을 확실히 장악할 ‘실세형’의 1순위로 거론됐다. 동교동계 핵심인데다 지난 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해 힘과 명분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4일 오후부터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대선 후보 군에서 대표가 나오면 당에 분란이 생기므로 실세형보다는 관리형이 낫다”는 얘기와 함께 ‘실세 관리형’으로 한 실장의 이름이 강하게 대두됐다. 우연찮게 이 시점에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외유에서 돌아왔다.
5일에는 한층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감지됐다. 권 전 최고위원이 이날 오후 다른 동교동계 핵심과 함께 한 최고위원을 만나 “대권의 꿈을 접지 않으면 다른 대선주자 진영에서 반발할 게 뻔하므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대표를 맡으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경선에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모든 상황은 동교동 구파 측에서 6일 오후 들어 ‘한 실장’쪽에 무게를 두는 것과 함께 정리됐다. 청와대측은 이날 저녁 한 실장 안이 흘러 나오자 이례적으로 이를 비공식 확인해 주는 것으로 서둘러 기정사실화에 나섰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