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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속마음과 겉마음

입력
200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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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녀교육 모델 민족은 유대인이 아닐까 싶다. 서점에 가보면 유대인의자녀 교육법을 다룬 책이 무척이나 많다.언젠가 이스라엘식 영재교육법을 도입해서 확산시키고 있는 교육학자에게 정색을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말로 당신의 자녀가 이스라엘 사람처럼 성장했으면 좋겠느냐”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스라엘에서 꽤 오랫동안 유학했던, 그래서 이스라엘과 연관해서 전문성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그는 “이스라엘의 교육방식이 머리를 우수하게 해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인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싫다”고 했다.

그 옆에 있던 동료도 이스라엘에 여행갔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동감을 표시했다. 길에서 여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서있어도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는 나라, 뒤에서 사람이 오는데도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사람들(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연상시킨다), 온갖 논리를 들이대며 자기권리를 악착같이 따지는 사람들 속에서 이들은 자기 중심의 논리훈련을 최고가치로 삼아온 사회의 어두운 면을 실감했다고 한다.

유명한 배낭여행가도 술자리에서 “배낭여행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없는 나라 사람들이 바로 이스라엘인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 같은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표현하긴 힘들 것이다. 자칫하면 특정국가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으며 또 전자의 두 사람에게는 직업 기반이 흔들리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일화를 꺼내는 것은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인종차별철폐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론의 허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은 여론조사가 알아내는 것은 이 같은 공식의견들이기 십상이라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이처럼 속에 갖고 있는 생각을 ‘태도’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견’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밖으로는 ‘의견’을 표현하지만 실제로 행동은 ‘태도’에 따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규범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의견과 태도가 극단적으로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우리가 겪었던 의료보험 통합(건강보험)을 둘러싼 혼란은 바로 이렇게 우리 사회의 의견과 태도가 다른 데서 생긴 것이다. 시행전에는 의료보험 통합에 찬성하던 여론이 시행후 반대로 돌아섰다.

이렇게 의견과 태도가 다른것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전문가, 또는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화뇌동은 자신에게이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즉시 돌변하고 만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는 여론조사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방패삼아 정책시행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73%가 지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두르고있다. 그러나 주5일근무제로 인해 일어날 세세한 변화에 대해 당사자들이 잘 모르고 있으면 실제로 이 정책이 실현됐을 때 태도는 급변할 수도 있다.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세우는것은 좋다. 그러나 여론의 수치만 보고 속마음을 설득하지 않은 채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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