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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터기 대란' 부른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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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터기 대란' 부른 행정

입력
200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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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라고 검사를 그만하겠다니, 힘없는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지난 3일 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택시 미터기 검사장 부근 도로를 점거한 택시운전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요금이 오를 때마다 손님과 요금 실랑이를 벌여온 운전사들은 이날 ‘돈벌이’도마다하고 검사장으로 차를 몰았으나 그들을 맞은 것은 꽉 막힌 ‘시 행정의 벽’이었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미터교체업소가 부족하다며 서울시가 택시별로,택시회사별로 날짜까지 지정, 내달 20일까지 미터기를 교체토록 한 행정편의적 발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는 그만큼 태평이었고 택시 운전사와 시민이겪어야 할 고통과 불편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한달이상 요금 조견표를 보고 택시비를 내느냐” “요금을 25%나 올리는 대신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겠다더니, 미터기 교체도 제대로 못하느냐”는게 택시요금 인상 닷새째를 맞은 성난 시민의 목소리다.

불만이 쏟아지자 시는 뒤늦게 다른 시ㆍ도의 미터기 교체업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검사시간을 연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허둥대고 있다. 고 건(高 建)시장도 4일 담당 실ㆍ과장을 불러 “왜 이런 사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느냐”고 호통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 안팎에서는 지난달 30, 31일 열린 반부패국제회의에 시가 매달린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부패국제회의는 고 시장이 도입한 민원처리 온라인시스템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자리로 그가 크게 신경을 쓴 이벤트였다.

그래서 “교통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고 시장이 ‘클린’ 시장 이미지에 집착하다 교통행정을 등한시한 건 아니었으면 한다.

이성원 사회부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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