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를 으레 ‘상품’으로 취급한다. 그가 얼마나 많은 음반을 팔 것인지, 또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인지, 숫자 계산에 열심이다.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열심히 분석을 해댄다. 어떤 기획과 전략이 그를 또 한번의 성공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
조성모(25). 그가 1990년대 막바지에 등장한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불과 3년 남짓한 기간에 4장(2.5집 포함)의 음반을 발표, 805만 장을 팔았다. 돈으로는800억 원에 육박한다.
또 그가 출연한 CF는 ‘잘 자 내 꿈 꿔’ 등의 유행어를 만들며 광고주를 대만족시켰고 동시에 그의 이미지 메이킹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조성모하면 떠오르는 감성, 순수, 애잔함은 상당 부분 CF 덕이다.
그런 그가 4집 ‘No More Love’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꼭 1년 만의 컴백이다. 상품으로서의조성모의 가치는 여전하다.
이번에도 대박이 날 듯한 조짐이다. 사람들은 조성모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노래도 듣지 않고 100만 장이 넘는 음반을선주문했다.
또 7억 원을 들여 캐나다에서 찍었다는 배용준, 이나영 주연의 ‘잘가요 내 사랑’의뮤직 비디오는 예고편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4일 그가 출연한 SBS ‘두 남자 쇼’의시청률은 **%. 그의 ‘컴백 첫 방’을 잡기 위해 방송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했다.
요계에서는 벌써 그가 5장연속 150만 장 음반 판매, 나아가 개인 통산 음반 판매 1,000만 장이라는 전대 미문의 기록을 세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그가195만 장을 넘기면 그는 한국 가요 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 가수가 된다.
그런데. 상품이 아닌 ‘가수’ 조성모는 과연 어떨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을 눈 앞에 둔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마음으로 음반을 만들었고 무슨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조성모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번 음반은 조성모의음악을 하려는 데 있어 중간 단계가 된다”고 했다.
조성모의 음악이라니. 또 하나의 ‘조성모표발라드’인 타이틀 ‘잘가요 내 사랑’은 그럼 누구의 음악인가.
그가 말한 조성모의 음악은 ‘조성모’보다 ‘음악’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제까지그가 한 것이 노래라면, 이제는 음악을 하겠다는 얘기다.
웬만한 가수라면 대부분 겪게 마련인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의 고민이 그에게도 시작된 모양이다.기획의 승리,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그로서는 분명 남들보다 심할 법한 갈등이다.
분명, 그는 이제까지의 자신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었고, 빡빡한 스케줄은 그를 괴롭혔다.
“3집 때는 노래고 뭐고다 싫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3집의 조성모는 목소리가 불안하다는 평을 들었고, 리메이크곡이 많아 완성도도 높지 못했다. 3집에서 4집 사이에 그는 가수가 되고 처음으로 몇 개월 간 혼자 있었다.
고민과 갈등의 끝에서 그가 붙잡은 것은 또다른 의미의 ‘음악’이었다. “내 음반이 얼마나 많이 팔리든, 사람들이 나를 어떤이미지로 생각하든,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기로 했어요. 귀가 얇은 나를 반성했고 이제는 음악만 생각하려구요”라고말했다.
이번 음반은 그 결과물이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이경섭과의 공동 프로듀싱을 비롯해세 곡의 작사와 다섯 곡의 작곡을 했다.
전에 없이 많다. 음악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그 자신도 “이제까지해왔던 발라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그 안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이라고만 한다.
‘우요일의비가’ ‘약속’ 등 그가 만든 노래들에서는 재즈, 보사노바, 브라스세션 등 전에 없던 변화가 두드러진다.
그의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이경섭의 스타일을 다분히 의식한, 반대급부격인 노래들이다. 반면 노랫말은 자신을 약간 낮추듯 하면서 사랑의 아픔까지 떠안으려는 강은경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바꾸고 싶었지만그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성격인가 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사이의 접점을 찾기란 생각보다 힘들다.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이도 저도 잡지 못한 선배 가수들의 경우를 조성모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 마음이 급해지려 하면 “아직난 스물 다섯밖에 아닌데, 뭐”하며 자신을 달랜다.
매일 자기 노래를 부르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는, ‘두 남자 쇼’에서 만났던 한 시장 아주머니 같은 사람들도 생각한다.
그래도 안되면, 대선배인 조용필이 들려준 말을 곱씹어 본다. “그냥 계속해서 같은노래를 일 천 번 불러봐. 아무 생각 없이.
그러면 그 음악은 네 것이 돼.” 처음 들었을 때 쉽게 생각하고 ‘잘가요 내 사랑’을 시작했다 마흔 몇 번인가에서 포기했다.
너무 빨리 정상에 올라버린 조성모.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한참인 것 같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조성모를 만든 사람 김광수GM프로덕션 사장
조성모의 뒤에는 늘 김광수(40) GM 프로덕션 사장이 있다. 그는 무명이던조성모를 알아 보았다. 댄스뮤직 전성기에 발라드, 초호화 캐스팅의 드라마식 뮤직 비디오, 심지어 조성모에게 ‘조매실’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붙여준 CF의 이미지와 이를 만회하고자 나갔던 ‘출발 드림팀’에이르기까지.
모두 그의 아이디어였다. 조성모가 자기 음악을 하겠다는 것은 김 사장의 그늘을 벗어나겠다는 뜻이기도하다.
김 사장은 조성모의 이런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긴다.“이번 음반에 조성모의 참여가 40% 정도라면 다음에는 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60%는 그의 몫이다. 김 사장은 이번 음반을 예전의 공식대로 만들었다. 조성모의 자작곡 대신이경섭-강은경 콤비의 곡을 타이틀로 밀었고, 김세훈 감독과 다시 한번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식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
사진도 이전처럼조세현에게 맡겼다. “음반 한 장에 50억~60억 원이 왔다 갔다 한다.실패하면 책임질 사람은 일차적으로 나”라는 사업가적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새로운 전략이나 마케팅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식 뮤직 비디오에이어 한 달쯤 후 같은 장소에서 조성모가 노래하는 립싱크 버전을 보여준다는 것 외에는.
“조성모는 더 이상전략이 필요 없는 가수입니다. 이제는 음악으로 평가 받아야죠.” 그래서 타이틀 외에는 조성모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였다.
1차 목표는 추석 전에 150만 장을 파는 것. 전체적으로는 250만 장을 내다본다.다행히 서태지, H.O.T 등 거물들과 경쟁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조성모를 능가할 만한 가수들의 음반이 없다.
조성모에게 주는 돈은 음반 한장 당 400원의 인세와 콘서트권, 그리고 CF 수익의 일부. 김 사장과 조성모는 10월 말이면 계약이 끝난다.
이번 음반까지는 함께 움직인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벌써 재계약을 두고 말이 많다. 65억 원을 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까지 있다.
하지만 그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10월 중 발매될 ‘명성황후’ OST 음반에 더 쏠려 있는 듯하다.
“기획자는 가수와 대중을 이어주는 사람입니다. 조성모가 기획자로서의 나의 능력을 높이 산다면 제게 올 테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데로 가겠죠.” 대단한 자신감이다.
“음악 하는 데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일할 것”이라는 조성모의 말이 그의 자신감을 허풍으로 들리지 않게 한다.
■조성모가 추천하는 3곡
#잘가요 내 사랑
이번 음반의 유일한 ’조성모표 발라드’. 하지만 이전보다 맑은 톤에 절제하는 기분으로 불렀다. 이제까지의 내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나보다더 나를 가장 잘 아는 이경섭-강은경 콤비가 만든 곡이기에 타이틀로 선택했다. 시애틀심포니가 연주한 현이 특별히 마음에 든다.
#우요일의 비가
자작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다. 제목처럼 우울한 느낌을 주는 재즈로 만들었다. 재즈, 특히 재즈 보컬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처음 시도한 것치고는 잘 됐다. 목소리의 힘을 완전히 빼고, 풀린 듯한 기분으로 불렀다. 느끼하다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진심
클럽용으로 만든 신나는 노래. “이번에 댄스는 하지말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전에 발표한 ‘다짐’을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불렀다.
예전보다 속도를 좀 더 빨리 해 경쾌한 느낌을 살리긴 했지만 무대에서의 춤은 웬만하면 사양할 생각이다. 민망해서 못하겠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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