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법 등으로 이윤을 남기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ㆍ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1999년 5월 민간자본에 의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원부의 산업발전법 시행령으로 설립이 허용된 CRC는 그 동안 ‘구조조정의 전도사’라는 찬사와 함께 ‘또 다른 구조조정 비리의 온상’이라는 혹평을 함께 받아왔다.
대검 중수부(유창종ㆍ柳昌宗 검사장)는 4일 올해 초 보물선 인수설과 대대적인 부실기업 인수작업으로 증권가에서 CRC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G&G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ㆍ43)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과 증권거래법 위반(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99년5월~지난해 12월 G&G를 통해 인수한 KEP전자㈜(구 한국전자부품), ㈜인터피온(구 대우금속), ㈜삼애인더스(구 삼애실업) 등 부실기업의 기업자금 및 일반인 투자금 451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와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이씨는 또 지난해 10월 ㈜삼애인더스를 통해 일본군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 매장했다는 금괴발굴사업을 추진하면서 D신용금고 회장 김모씨와 함께 사업추진 관련 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삼애인더스 주식을 매입한 뒤 되팔아 154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부실기업들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기업의 자산ㆍ경영상태를 호전시킨 뒤 증자 및 사채발행 대금과 일반인들의 청약금을 G&G 등 자신의 개인회사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처럼 CRC를 축재에 악용하는 사례가 더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횡령한 금액의 사용처와 관련, 부실기업 인수과정에서 관련기관 공무원과 정ㆍ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모종의 특혜나 대가를 약속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별다른 사회적 감시가 따르지 않았던 기업 구조조정의 여러 행태에 대해 점검작업이 필요하다”며 “CRC외에 주택관리기금과 신용관리기금 등 기업회생에 사용되는 넓은 의미의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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