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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학실종' 라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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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학실종' 라엘 강연

입력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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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와 생명공학에 대해 알고 싶어 강연을 들으러왔습니다.”2일 오후 서울 정동 아트홀에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과학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었다. 어린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수백 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이 강연의 연사는 외계인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 라엘리언 무브먼트와 인간복제 회사 클로나이드의 설립자인 라엘.

그는 이 강연에서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같은 과학의 산물인 항생제나인터넷의 사용도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주최측은 보안을 이유로 휴대품을 검사했고 강연이 시작되자 출입이 통제됐다. 강연장 분위기도 신비스럽게 꾸며졌다. 강연 제목은 ‘2만 5천 년 앞선 과학’이라고 붙었으나 인간복제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을 갖고 찾아 온 사람들은 실망스런 눈치였다. 인간복제에 대한 과학적 이야기는거의 없었다.

기자는 국내 신도가 1,500명 정도인 소수 종교 집단의 존재나 논리를 문제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연을 들으며 인간복제라는 미묘한 문제가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특정 종교집단에 의해 제기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라엘의 방한에 맞춰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곳도 과학단체가 아닌 국내 종교단체들이었다.

인간복제의 문제는 윤리 못지 않게 과학적 토론과 검증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못할 경우 일반인은 ‘과학 아닌 과학’에 경도되기 쉽다.이미 복제태아 대리모를 자청하고 복제신청서를 제출한 한국인이 등장했다.

국내도 더 이상 인간복제 논쟁을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생명공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특정 종교 강연’이 아닌 ‘과학 강연’을찾도록 해야 한다.

이진희 문화과학부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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