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도피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62) 전 페루 대통령은 일본 국적의 보호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오만한 후지모리, 일본서 안식처 찾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후지모리는 페루로 강제 인도될 위험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후원자들의 재정 지원을 받아 도쿄(東京)의 가장 비싼 지역의 아름답고, 안락한 아파트에서 조용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후지모리를 후원하는 부유한 일본인들은 ‘후지모리 후원 협회’를 구성해 첫 모금 목표액인 17만 5,000 달러를 손쉽게 모았으며, 이미 1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이 적립됐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후지모리는 자신의 재정상황과 근황을 묻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팩스로 보낸 답변에서 “나는 백만장자 전직대통령으로 금괴를갖고 있어 아무 도움도 필요 없지만 나를 도와주고 생활비를 보태주는 친구들이 있다”고 빈정거리듯 말했다.
페루 정부는 일본 정부에 후지모리의 금융거래내역 정보를 요청한 바 있으나 그의 이름으로 된 은행계좌는 없다는 것이 외무성의 답변이다.
후지모리는 또 지난해 7월 개설한 자신의 웹사이트(www.fujimorialberto.com)를 통해 자신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나 범죄혐의를 반박하고 있다.
최근 이 웹사이트에 올린 ‘도쿄에서’라는 글에서 “나에 대한 비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매일 쌓여가는 이 같은 정치적 탄압의 증거들은 페루로 돌아가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페루 정부는 후지모리를 재임 시절의 살인사건과 관련된 혐의로 인터폴로부터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후 신병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페루와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지모리를 인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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