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술 같은 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 과민 또는 과장반응을 보이거나 허풍과 허세를 떠는 사람을 말한다.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경북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KBS ‘태조 왕건’ 야외 세트장에서 애술 장군 이계인(50)을 만났다.
아이들이 이계인에게 “터프한아저씨”라며 달려든다. 애술 장군의 인기다. 이계인은 몰려드는 아이들이 싫지 않은 듯 “아이들은가라” 며 극중에서 처럼 투박하고 과장된 어투로 말한다.
“튀려고 일부러 오버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계인의 표정이 이내 진지해진다.“오버하지 않는다.
애술 장군은 평생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인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는 일밖에 하지 않은 장수다. 목소리나 행동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며 연기 과장론에대해 일축한다.
하지만 무식한 애술과 비교되는 충직하고 용맹한 고려 장수 박술희(김학철)보다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박술희와 “서로 못 생겼다”며 주고 받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코미디다.
애술은 주군(견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호방한 ‘양아치장군’이라고 이계인은 캐릭터를 설명한다.
어투와 액션이 커야 하는 사극인데다 극중 다른 등장인물보다더 목소리의 톤이 높아야 하고 연기 반경이 커야 하기 때문에 두세 배 힘이 든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종선PD가 “왕건과 견훤보다 훨씬 적은 장면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야 하는 조연들은 짧은 대사에도 튀려는 경쟁심이 대단해 이계인씨는 한 대사에도 온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계인은 이날 선선한 가을 날씨의 문경새재 세트장에서 몇 마디의 대사를 하는데도 땀을 뻘뻘 흘린다. 두세번의 NG가 나자 자리에 풀썩 주저 앉는다.
“NG가 몇 번 나면 탈진해 한참을 쉬어야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요즘 연기력 싸움이 아니라 체력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청자의 눈길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하고 줄곧 조연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그는 많은 연출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양념같은 탤런트’다. “주제를 알아 빨리 주연하는 것을 포기하고 극중에서 없어서는 안될 조연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감초 같은 조연의 길을 묵묵히 걸어 온 이계인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다.
‘태조 왕건’ 뿐만 아니라MBC ‘선희 진희’ ‘전원일기’ ‘상도’ 에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태조 왕건 어떻게 진행되나
고려-백제 이달말 공산전투 격전
지난 해 4월 1일 방송을 시작한 ‘태조왕건’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스토리가 빠른 템포로 전개되고 있다. 방송 후 줄곧 시청률 1, 2위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12월 말에 끝날 ‘태조 왕건’은 앞으로 고려의 통일로 나가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우선 이 달말 견훤의 백제가 고려와 최대의 격전을 벌여 신숭겸등 고려의 명장들을 죽이고 대승을 거둔 공산(지금의 팔공산)전투가 방송된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어 고려가 백제를 무찌르기 시작하는 안동ㆍ고창 전투가 이어진다.
10월 초에는 견훤이 후계자로 금강을 지명하자 두 아들 신검과 도검이 일으킨 왕자의 난이 방송된 뒤, 11월에는 백제의 견훤과 신라의 경순왕이 고려의 왕건에게 투항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1년 9개월 동안의 대미를 장식할 ‘태조 왕건’의 마지막 부분은 서기 936년 삼국을 통일하고 재위26년 67세의 나이로 죽는 왕건의 모습이다.
왕건의 마지막 대사 역시 궁예의 마지막 말과 비슷하다. “인생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고려사에 실린 말이다.
‘태조 왕건’에 이어 내년 1월부터는 고려 혜종과 정종, 광종 등 고려 초창기를 다룰 ‘제국의 아침’이 이어진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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