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분양 현장.송파구에 들어서는 G주상복합아파트의 선착순 분양이 시작된 이날 새벽부터 2,0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오전 10시 선착순 분양이 시작되자 앞줄을 차지하려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멱살잡이와 주먹 다짐까지 난무했다.
이 와중에 일단의 건장한 청년들이 스크럼을 짠 채 선두에 선 ‘자기편’을 감싸며 사람들의 ‘줄 진입’을 막는 장면이 목격됐다.
전날밤부터 밤을 새며 대기했지만 줄에서 밀려 났다는 김모(50ㆍ여)씨는 “덩치 큰 사람들이 번호표도 무시하고 밀고 들어와 분양권을 싹쓸이 해갔다”며 바닥에 앉아 울분을 터트렸다.
결국 분양업체가 고용한 경비원 30여명과 경찰관 100여명이 사태 진정에 나섰지만,폭력배들의 분양권 싹쓸이는 막아내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E주상복합아파트 분양 현장도 마찬가지. 오전11시 선착순 분양이 시작되자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정체 불명의 ‘헤비급 사내’ 20여명이 줄을 가로 막으며 앞줄을 차지했고, 새치기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청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완력’이모자란 사람들은 줄에도 끼지 못하고 잇따라 밀려 나갔다.
저금리를 타고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폭력배들이 아파트 분양시장에 검은손을 뻗쳐 시장 혼탁은 물론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폭력배들은 ‘떴다방(이동 부동산업자)’들과 결탁, 선착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현장에나타나 물량을 싹쓸이한 뒤 프리미엄을 얹어 곧바로 되팔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폭력배들이 분양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올초 부터. 한 분양업자는 “분양권은 곧바로 엄청난 프리미엄을 얹어 되 팔아 현금화 하기 쉽고 단 시간에 거액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폭력배들까지 이권 개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G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업자 김모(40)씨는 “일부 떴다방들이 ‘줄 작업(힘으로 앞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을 하고 따낸 분양권으로챙긴 프리미엄을 나눠 갖는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자는 “심한 경우 (폭력배들이) 자체적으로 전주(錢主)를 모아 분양권을 따 낸 뒤 업자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되 파는 경우도 있다”며“폭력배들까지 개입하면서 G아파트 분양권은 하루가 채 안 돼 1,000만~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돼 거래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 청담동 분양현장에서 만난 윤모(50ㆍ여)씨는 “아파트 한 채 마련하러 왔는데 분양창구 조차 구경 못했다”며“프리미엄 얹어서라도 분양권을 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주상복합아파트도 선착순 분양을 금지 시키고 일반 아파트 처럼 공개 추첨 분양을 해야 폭력배 개입과 과열ㆍ 혼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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