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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 교수의 별과 세상] (5)그믐달로 한밤중 묘사는 상식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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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 교수의 별과 세상] (5)그믐달로 한밤중 묘사는 상식밖

입력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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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V 방송이 흑백으로 나오던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방송이 밤 12시 전후에끝났다. 방송이 끝날 때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TV화면에 우리나라의 산하와 바다를 보여주면서 애국가가 나온다.이 장면이 끝나면 시내 어느 한적한골목길과 불빛이 흘러나오는 창문들, 그리고 골목 한구석에 외로이 서있는 가로등과 그 뒤에 그믐달 모습을 보여준다.

그 화면의 밑에는 시청자에 대한 감사의 말과 청소년들에게 서둘러 부모가 기다리는가정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자막이 나타난다.

이와 유사한 장면이 일반 만화나 신문의 만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밤이 이슥하고 늦은 시각을 묘사할때면 거의 의례적으로 나무 가지에 실낱 같은 그믐달이 걸쳐 있고 그 옆에는 부엉이나 소쩍새가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 놓는다.

이 두 장면에서 묘사한 시각은 늦은 밤으로 대략 자정 직후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실제 자연 환경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의 세계일 뿐이다.

이것이 사실과 어긋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 만큼 자연 현상에대하여 무감각하게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장면에서 핵심은 그믐달이다. 그믐달은 자정이나 새벽 1시경에는 볼 수 없다. 그믐달은 항상 태양이떠오르기 직전에 동쪽에 나타난다.

그믐달이 보이면 그 방향은 동쪽이고 곧 날이 밝아오는 새벽임을 알려 주는 것이다. 반대로 초생달은 해가 서쪽지평선에 지면서 함께 따라서 서쪽으로 진다.

때문에 초생달은 초저녁 서쪽 지평선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다. 자정이나 새벽녘에는 도저히 볼 수 없는달의 모습이다.

이렇게 달의 모양과 보이는 시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달의 모양에 따라 뜨고지는 시각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같이 밝은 인공 조명이 없었던 옛날에는 달의 모양만 보아도 이 달은 어느 시각에 떠서언제 지는지 훤하게 알고 있었다.

특히 음력의 날짜는 달의 모양과 일치하므로, 음력의 날짜만 짚어보아도 몇 시경에 달이 어느 위치에 오는지 알수 있었고, 반대로 이 날 달의 위치만 보아도 시각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달의 모양과 위치만 살펴보고도 그 날의 날짜와시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연 현상을 이용하고 그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를 가지고 살았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현대 문명의 이기 아래 자연 현상의 변화에 아랑곳없이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서울교대 과학교육학과 이용복 교수

yblee@n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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