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것만 잘써주시면 다음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최근 국회나 정부 부처 및 정부 산하기관 출입기자들은 국회의원 보좌ㆍ비서진으로부터 이 같은 ‘은밀한 제의’를 심심찮게 받는다.조금이나마 안면이라도 있으면 아예 빚 독촉 수준의 보도 요구를 받기도 했다.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국정감사 개막전(前) 풍속도다.기사 쓰는 일이 직업인 기자에게는 싫지 않은 ‘유혹’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암거래 되는 기삿거리라는 게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과장ㆍ폭로성 내용 일색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관계부처의 배경 설명을 듣고 격려까지 한 사안을 ‘예산낭비’로 몰아 자료로 배포하는 일이 있었고, 또 모 의원이 ‘흘린’ 모 공기업의 발주공사비 전용 의혹 자료는 설계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관행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담당 공무원들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여러 관계기관을 찾아 다니느라 진땀을 흘리기 일쑤.
이와 함께 중진 P, K, L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국감 직전에 후원회 일정을 잡는 등 ‘속 보이는’ 구태를 보여 피감기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 부처 공보담당자는 “최근 하루에 네 건의 해명자료를 낸 적도 있다”며 “잘해보자고 하는 국감이 의원들의 인기관리나 보신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정작 본무대인 국감장에서는 어떨까. 질의 후 자리 비우기는 예사이고, 해명조차 듣기를 거부하고 무조건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해 모 상임위 국감장에서는 담당 공무원의 ‘이유있는’ 해명을 중단시킨 후 “의원 말에 꼬박꼬박 말대답이나 하는 것은 국회 경시행위”라며 격앙, 당시 장관이 간부들에게 “실익 없는 해명은 자제하라”는웃지 못할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올해 국감이 어떨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국감 전 풍속도는 여전히 달라지지않은 국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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