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임동원 장관문제에 완강한 것은 ‘원칙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미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사주 구속에서드러났듯이 김 대통령은 나름대로 옳다고 판단된 당위적 명제를 설정하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권력 누수를막고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여권 핵심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한반도 평화구축과 개혁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힘에 밀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임 장관 교체를 수용하면 그 순간 대통령의권위는 붕괴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권위의 추락은 임기 후반기의 혼조를 의미한다”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국정운영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임”이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을 26번이나 제출하는등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한나라당, 이에 편승한 자민련의 행태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김 대통령의 강한 자세에 일조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국회해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회의 각료 해임이 사실상 인정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없다”면서 “남발하는 해임건의를 다 수용한다면 국정운영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력누수를 막고자 하는방어적 측면, 야당과 자민련에 대한 정서적 반감만이 전부는 아니다. 차제에 국면의 일대 반전을 도모하려는 적극적이고도 전략적인 고려도 깔려 있다.
공조 붕괴는 국정불안정이라는 큰 부담을 안겨주지만, 이 같은 위기의식이 역설적으로 흩어져있던 지지세력과 개혁세력의 결집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작게는 국정안정을 바라는 국민 여론을 이끌어내고, 크게는 정계재편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J는 고비마다 던질 수를 알고 있다”는 한 측근의 얘기처럼 김 대통령은 지금 대선국면까지 염두에 둔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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