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은 137조5,000억원, 회수는 고작 34조2,000억원.’ 정부가 1일발간한 2차 공적자금 백서는 그동안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특히 지금까지 공적자금 회수율이 25%에 그쳐 경기부양 재원마련에 허덕이는 재정의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20여조원씩 몰려오는 공적자금의 상환을 차환(借換)발행으로 충당하며 최종 상환부담을 차기, 차차기정권으로 연기할 방침이어서 정치쟁점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펑펑 쓴 국민혈세, 회수는 낙제점
정부가 6월말까지 부실금융기관의 예금대지급 및 출연, 출자전환등에 투입한 1, 2차 공적자금은 137조5,000억원으로, 올해 나라예산 100조원을 훨씬 웃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차로 조성한 공적자금 50조원(회수분 10조원 포함)중 29조6,000억원을 부실은행 추가출자, 보험사ㆍ금고 추가 구조조정, 부실종금사ㆍ한투ㆍ대투 출자등에 이미 투입했다.
현재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서울보증보험, 현대투신, 대한생명 등 부실금융기관의 부실해소에도 추가로쏟아부어야할 돈도 20조4,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2차 공적자금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은행들의 부실이 가중돼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추가소요가 발생하더라도 추가조성보다 회수분으로 충당하겠다”고 말하지만 회수실적을 볼 때 설득력이 없다.
▼ 45조원은 이미 회수 불능
문제는 천문학적으로투입한 공적자금의 회수가 지지부진, 국민혈세로 충당되는 50조~60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이는 6월말현재 회수실적이 34조2,000억원으로 회수율이 24.9%에 그치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특히 한빛ㆍ제일은행 등 부실금융기관의 출자금 53조원중13조3,000억원은 감자(減資) 등으로 이미 날려버려 국민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또 금융기관 출연금 12조2,000억원과 퇴출 금융기관의 예금 대지급 20조원도 대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등에재산압류 및 손해배상 등을 통한 회수도 8,690억원에 그쳐 쏟아부은 국민혈세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험난한 부실금융기간 주식매각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주식매각도 커다란 차질을 빚고있다. 재경부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제일ㆍ조흥ㆍ외환은행 등 정부소유 금융기관의 주식매각 등 민영화를 앞당긴다는 방침이지만, 증시침체 등으로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주식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공적자금 상환 만기연장 논란
정부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집중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공적자금의 상환을 10~20년간 장기 연장할 계획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예보와 자산관리공사(KAMCO)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공적자금은 87조8,000억원. 이들 채권은 정부채권이기 때문에 두 공사가 갚지 못하면 결국 국민혈세로 메워야 한다.
만기가 돌아오는 이들 채권은 2002년 5조6,000억원에서 2003년 21조9,000억원, 2004년 17조7,000억원, 2005년 17조9,000억원, 2006년 16조6,000억원 등으로 천문학적으로 급증한다.
정부는 공적자금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적자금관리위 김경호(金璟浩) 사무국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20~30년짜리 채권을 발행해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채권시장이 취약해 5년 만기를 중심으로 기금채권을 발행하다보니 내년부터 단기간에 공적자금의 원금상환 부담이 집중된다”면서 “차환 발행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다음 정권으로 상환을 전가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만기연장 움직임에 대해 “무책임한 발상으로 재정악화를 부채질 한다”며, 경제팀의 퇴진요구 등 날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도 빨간불이 켜진 재정부담을 줄이기위해선 공적자금의 상환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려대 이만우(李晩雨)교수는 “정부가 국회의 감시(동의)를 피하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상환기간을 장기로 변경하려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같은 전세계적인 저금리시대에는 상환기간을 단기화해 이자부담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