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유능한 젊은 세대에게 정부를 맡기기 위해 정계를 떠나겠다.”빔 콕(62) 네덜란드 총리가 3선 연임이 보장됐음에도 불구,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콕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내년 5월 총선이 끝나면 집권 노동당의 총재직을 ‘젊은 후계자’인 아트 멜케르트(45) 원내총무에게 넘겨주고 정계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결단에 네덜란드 언론들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콕 총리는 1994년 총선에서 승리, 18년 만에 기민당 정권에 종지부를 찍은 이래 7년 동안 3당연립정권의 이해를 잘 조정해 ‘타협의 예술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좌파적 성향을 띠고 있지만 사회주의 이념과 자유시장 경제를 적절히 혼합한 정책을 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그를 ‘제3의 길 설계사’로 칭송할 정도이다.
그는 1982년 노동계 지도자로서 노ㆍ사ㆍ정 3자가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로 하는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네덜란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취임 후 동성결혼 승인법, 안락사 허용법 등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진보적 사회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분명한 것은 총리로서의 역할과 다음 자리를 찾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선 연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국내정치 무대 보다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서는 2005년 임기가 끝나는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자로 그를 꼽고 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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