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69명의 신상이 공개된 지 하루가 지난 31일 가정 파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또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공개대상 선별기준이 청소년 성매수(원조교제)사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해 당초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 성매수로 신상이 공개된 L씨는 이날 “아내가 어렵게 용서했는데 신상이 공개되자마자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갔다”며 “죄는 무겁지만 가정까지 붕괴시킬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미성년 강제추행으로 명단에 오른 K씨의 중학생 자녀도 이날 “친구들 보기가 창피하다”고 울먹이며 등교를 거부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을 저지른 J씨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너희 아버지 이름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온 아들이 ‘아빠는 사람도 아니다’는 거친 말을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으로 신상이 공개된 P씨의 부인은 “남편의 죄로 온 가족이 고개를 못들고 다니게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며 “절차를 밟아 헌법소원이라도 낼 생각”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여성계 등에서는 사회적으로나 청소년들에게 폐해가 심각한 청소년 성매수범의 신상공개 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보위가 지난 3월 법무부로부터 통보 받은 심사대상자 300명 중 원조교제범은 109명이지만 최종심사과정에서 4분의 1도 안되는 27명으로 크게 줄었다.
70%에 달하는 여타 성범죄자의 공개율보다 훨씬 적은 24.7%만 공개돼 원조교제사범에게 경종을 울리려던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형평성 시비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심사위원회에서 정한 5개 선별 심사항목 중 형량(40점) 피해청소년연령(20점)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성매수범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고검 강지원(姜智遠) 검사는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심사대상자 전원의 범죄사실을 공개하고 신상 공개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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