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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보신탕 논쟁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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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보신탕 논쟁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0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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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세계 여러 민족들마다 갖고 있는 ‘고기에 대한 금기’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도의 흰두교도들이 소를 신성시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소가 가진 경제성 때문이다.즉 가뭄이 심한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게 될 경우 소가 급격히 줄게 돼 다음 농사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소는 우유와 에너지(배설물을 이용한 연료) 등 효용성이 높기 때문에 ‘풍요를 가져다 주는 동물’로 숭배되는 것이다.그는 중동의 유대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이 종교적으로 돼지를 혐오하는 것도 비용과 이익면에서 소와 양, 염소를 키우는 것이 돼지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돼지는 습지와 그늘진 숲의 골짜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물과그늘이 부족한 중동지역에서는 오염 등의 이유로 사실상 키우기 어려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애완동물의 식용문화도 생활ㆍ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개고기를 먹는 문화권은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 지역이고 먹지 않는 문화권은 개가 사냥 등 생활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론을 빌리자면 한국인의 보신탕은 한국의 자연환경 속에서 중요한 생존수단으로서 형성된 음식문화이다. 지금처럼 음식이 풍요롭지 않았던 30~40년전만 해도 춘궁기를 넘긴 한국인들에게는 보신탕은 중요한 단백질 섭취원 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은 현대의학으로도 입증된 일이다).

최근 열린 한ㆍ일 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회의에서 일본의 고래잡이와 한국의 개고기문제가 의제(물론 토의되지는 않았지만)로 상정됐다고 한다. 88년 서울올림픽 때처럼 문제가 커져 국내의 보신탕집이 일제히 음성영업을 하게 될지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의 음식문화가 논의의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동물을 사랑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 논의되어야할 사안이 많은 월드컵 준비를 위해서도 소모적인 논쟁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보신탕문화는 유럽인이나 일본인이 애용하는 말고기를 한국인은먹지 않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월드컵 준비의 의제로 거론될 일은 아닌 것이다.

유승근 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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