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무재조정을 위한 채권 은행장 회의가 31일에서 다음 달 3일로 연기됐다.대신 31일에는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주관으로 전체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채무재조정안 설명회가 열린다.
섣불리 회의를 개최했다가 안건이 부결될 경우 쉽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은행장 회의 연기 배경은
“확실한 회생 방안이 아니라면 지원이 어렵다.”(산업은행 정건용 총재) “반도체 가격이 오르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천수답’ 같은 회사에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장)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회의적인 견해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SSB도 상당한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은행장 회의를 서둘러 개최했다가 안건이 부결될 경우 채무재조정안을 수정해야 하고 시장 불신은 더욱 깊어지는 최악의국면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 설명회 →은행장 회의’로 우회하는 방법을 택한 것. 설명회에서 SSB는 기술컨설팅 회사인 모니터사까지 동원해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일각의 ‘오해’를 해소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 어디로 갈까
은행장 회의를 연기해가면서까지 채무 재조정안 통과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안개 속이다. 일부 은행은 “올 들어 강요하다시피 나간 대출금까지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지원의 형평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은행들이 결국 지원안에 동의표를 던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문제는 투신권 등 제2금융권. “고객들에게 손실을 끼칠수 없다”는 예의 ‘무기’로 강경하게 버티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2금융권과의 줄다리기가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지원이 이뤄지기도 전에 하이닉스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의 지원 결의가 이뤄진다 해도 2금융권의 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투신권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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