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계경제의 키워드중 하나는 ‘중국’이다. 지구 전체를 뒤덮은 불황도 아랑곳 없이, 7~8%의 ‘나홀로 성장’을구가하는 중국을 세계는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새 경제맹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보인다. 중국의 무한질주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 한가지가 아주 흥미롭다.
하나는 ‘스폰지론(論)’이다. 특유의 독설로 유명한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 각국의 산업기반과 자본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임으로써 나머지 국가경제는공동화(空洞化)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자본은 현재 기력잃은 일본, 번거러운 한국 보다 광활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저임노동력을 가진 중국으로 향하고있다. 한국ㆍ일본기업조차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긴다.
중국이 전 산업을 ‘싹쓸이’한다면주변경제는 불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오마에 교수는 “중국으로 인해 동아시아에는 국제금융자본에 의한 1997년 경제위기보다 더욱 항구적이고구조적인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스폰지론’의 반대편엔 ‘렉커(견인차)론’이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클리프 탠 자문위원은 “대륙규모에 걸맞은 중국의 성장견인 엔진역할로 이 지역경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번영을 맞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중국경제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도 일침을 가한다. IMF 한국과장을 지낸 JP모건의 아게블리 연구소장은“모든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누리는 나라는 없다”면서 태국의 자동차부품, 대만의 반도체 칩 설계, 한국의 신경제, 싱가포르의 생명공학은여전히 중국에 한참 앞서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중국과 다른 국가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아닌, 상호 비교우위에 입각한 경제통합을 통해 ‘파이’의크기를 늘려가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중국은 한국경제에 스폰지가 될까, 아니면 렉커가 될까. 이 점에서 중국의 성장과 동아시아 대응을 분석한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3일자)의 결론은 매우 시사적이다.
“한국제조업의 진정한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재벌과 변화를 거부하는 전투적 노조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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