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 원인균을 제거하는 요구르트’ ‘충치를 예방하는 자일리톨 껌’‘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탄산음료’‘면역력을 길러주는 키토산쌀’….건강에 보탬을 주는 이른바 ‘기능성 식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껌이나 음료수부터 라면이나 과자류, 1차 상품인 소고기나 돼지고기, 심지어 우리의 주식인 쌀에 이르기까지.
그 흔한 서민들의 먹거리도 이젠 특별한 효능과 성분을 표방해야 제대로 팔린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건강을 따지고, 공급자들은 소비자의 건강 신드롬을 자극하기 위해 아이디어 개발에 여념이 없다.
1990년대 초ㆍ중반에도 기능성 식품이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식이섬유를 함유한 다이어트 음료와 과자제품이 대거 등장하며 미용에 민감한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등푸른 생선의 지방에서 추출한 DHA가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을 촉진시킨다며 유제품 시장에서 거대한 테마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전방위적으로 기능성 식품이 붐을 이루며 시장을 주도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바야흐로 기능성 식품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일리톨 껌도 실은 몇 해 전에 이미 등장했던 메뉴다. 처음엔 소비자들의 반응이 워낙 냉담해 시판된 지 몇 개월 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지난 해 ‘자기 전에 씹는 껌’이라는 광고를 통해 ‘충치예방’의 기능성을 집중 부각시키며 재출시, 껌시장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롯데제과 자일리톨껌의 경우 이미 올들어 4월에 한 달 평균 60억원의 판매액을 돌파하며 국내 제과시장에서 매출 순위 1위 브랜드로 떠올랐다.
기능성 식품의 위력은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위(胃) 보호기능을 내세운 기능성 발효유 ‘윌’이 지난 해 9월1일 출시된 지 1년 만에 1억6,200만개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액수로는 약 1억600억원 어치로 단일 발효유 제품으로는 최단기간 최대의 판매량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위장병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물질을 첨가, 기존의 발효유제품과 달리 장(腸) 뿐만이아니라 위 기능을 보호한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신물질 개발 경쟁도 기능성 식품의 유행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신약의 경우 임상실험을 거치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들여야 하지만 이들 식품은 투자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능성 식품 시장에 뛰어드는 바이오 벤처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분야의 벤처기업들은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기존의 건강보조식품과 달리 과학적 실험에 의해 입증된 효능으로 차별화에 성공, 식품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음료(유진사이언스),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노화를 방지하는 ‘에이지가드’(바이오소프트텍), 고분자수용성 키토산(우리바이오텍) 등이 시장 안착에 성공한 예다.
기능성 붐은 1차 식품까지 확산되고 있다. 유황오리, 사과 먹은 소, 셀레늄 닭고기, 인삼 딸기, 한방사과 등 특수사료로 재배한 육류나 농산물이 백화점 식품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밖에도 대게 껍질 성분으로 재배한 키토산 쌀, 게르마늄이 함유된 광석을 비료로 사용한 게르마늄쌀, 논에 청둥오리를 풀어 놓아 키운 무농약 오리쌀, 동충하초의 버섯 부분을 추출 가공해 쌀에 코팅한 동충하초쌀 등 기능성 쌀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들 식품은 일반제품에 비해 값이 최고 2배 이상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 유통매장 관계자들의 귀띔.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과 구제역, 광우병 파동 등의 영향으로 먹거리의 안전성과 건강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며 기능성 식품의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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