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시원치 않은 행정업무가 때 이른 국정감사에 밀려 ‘올스톱’될 위기를 맞고 있다.올해 국감은 10ㆍ25 재ㆍ보선과 추석연휴 등으로 1개월이나 앞당겨져 9월 10~29일 실시될 예정.예년에도 상당수 피감기관들은 국감이 다가오면 자료 준비 등으로 일상업무를 뒷전으로 미뤄 민원인들의 원성을 사곤했다.
올해에는 조기국감으로 시간과일손이 절대 부족해지면서 대민 서비스 등 일상업무를 아예 포기하는 피감기관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피감기관들의 준비기간이 짧고 국회의원들도 같은 처지여서 ‘솜방망이 부실국감’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정 올스톱’은 중앙과 지방 모두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무기도입사업, 대북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국방부는 상당수 부서가 일상업무를 포기한 지 오래다.
의원들이 이미 4,289건(지난해의67%)의 자료를 요청했고, 추가 자료 요구까지 포함하면 지난 해 자료량을 뛰어 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퇴근도 못한 채 짜증섞인 표정으로 자료를 준비하는 직원들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한 직원은 “매일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업무도 신경쓰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민 서비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비교적 적어 그나마 다행이다.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교육 환경 노동 등 사회부처와 경제부처들은 기본적인 대민 서비스까지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가 대표적인 케이스.27일까지 교육부에 접수된 국감 관련 요청자료는 4,000여건(지난해 7,300여건). 국감때 까지는 8,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현재까지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의 목록만 적어도 1,000쪽짜리 노트 6권 분량에 달하고 이를 책자로 인쇄해 배달하려면 5톤 트럭 3~4대는 필요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교육부에 대한 요청 자료 중 6분의 1은 대학입시 주무부서중 하나인 학술학사지원과(직원 14명)가 떠 안게 돼 대입업무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원과의 한 직원은 “자료를 만들려면 대학 등에 일일이 요청하고 취합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며 “대입업무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귀띔했다.
환경부도 전 직원이 국감 준비에 매달려 4대강 수질개선, 동강보전대책 등 산적한 현안은 뒤로 밀려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년 처럼 일요일에도 나와 자료 찾기에 몰두하지만 시한내에 끝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일상적인 인ㆍ허가와 회신 등의 대민업무를 처리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연일 직원 300여명이 남아 국감을 준비하는 바람에 주변 식당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진풍경까지 연출하고 있다.
업무가 몰려 있는 건설도시정책국은 180여명 가운데 170여명이 자료를 준비하느라 연일 밤을 새워 코피를 쏟는 직원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직원은 “업무까지 미뤄가며 준비한 자료를 의원들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지 극히 의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감 전반에 대한 대수술의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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