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행방불명’됐다. 15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_5로 참패한 뒤 유럽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을 점검하겠다며 현지에 남았던 히딩크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설기현과 이상일이 맞대결하는 벨기에 안더레흐트_GBA전을 관전할 예정이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미 25일 수비수 심재원(프랑크푸르트)이 뛴 독일 축구협회(FA)컵도 관전하지 않은 ‘전과’가 있는 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지에 함께 남은 박항서 코치와도 연락이 두절되면서 알려졌다.그의 행동이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중 느닷없이 휴가를 떠나 구설에 올랐다. 그의 측근들은 “휴가는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옹호했으나 문제의 본질은 그의 성실성과 의욕이었다.
국민의 성원을 받으며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이번에도 이유가 석연치 않은 가운데 유럽체류를 강행, 또 한번 점수를 잃었다.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 출신인 한 프로팀 감독은 “98년 월드컵 때는 대회 중 감독을 바꾸기도 했는데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9개월 남은 시점에서 감독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축구를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그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월드컵 16강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20%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불신의 증거이다.
히딩크 감독이 ‘근무지 이탈’을 한 날 일본 트루시에 감독의 행보는 우리에게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트루시에 감독은 3년 넘게 가르쳐와 ‘더 이상 관찰할 게 있을까 싶은’ 오노 신지(小野伸二)의 유럽무대 적응능력을 네덜란드에서 체크하고 있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은 내년 월드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나 한 걸까.
김정호 체육부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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