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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신축용산박물관 방관말라

입력
2001.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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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산에 새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광복 이후 여기저기 이사 다니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 번듯한 자기집을 짓는 것이다.그 동안 나라의 지도자들은 무심했다. 아무리 살기가 어려웠다고 해도 문화민족을 내세우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중앙박물관을 갖지 못한 사실은 이해되지 않는다.

앞으로 새 국립박물관은 할 일이 많다.먼저 문화민족의 실체를 박물관 안에서 생생히 되살려야 하고, 그럼으로써 자긍심을 일깨워 줘야 하며, 내일의 문화창조에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새 국립박물관은 고고학과 미술사학뿐아니라 역사박물관의 성격까지 담는다. 사라진 문화를 역사의 흐름대로 재현한 전시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전시는 정신뿐 아니라 우리의 창조력과 기술력까지 전해주고, 세계 최강의 국가들과 부딪쳐 살아온 그 장엄한 역사의 노정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게 된다.

최근 종합공정율 34.79%(7월현재)의 새 국립박물관 건설에 따른 걱정들이 보도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문광위의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지원 소위’(위원장 이미경의원)는 건축 과정상의 부실 위험과 전시설계의 문제점을 제기했고, 24일엔 건교위의 백승홍의원이 지하층의 누수현상과 기둥이 휘는 현상을 지적했다.

또 완공 이후 박물관 운영비가 연간 100억원이 넘는 문제와 전시실설계조정으로 공사가 중단된 점 그리고 미군 헬기장 이전 지연과 공사 기간이 짧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지적들은 당연하다. 특히 건축부실은 용납할 수 없다. 방수는 삼중사중 거듭 시공하고, 지하층은 외벽에 콜타르를 두툼하게 발라서 누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결함이 나오면 원인을 찾아 철저히 원인을 제거하고, 공기가 짧으면 적절한 기간 동안 연장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시공상의 잘못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건축 주체가 없다. 지금 모든 책임은 1급인 박물관장에게 맡겨놓은 상태이다.

그러면서 적절한 예산과 유능한 학예사 확보, 미군과 헬기장 이전교섭, 인근 지역의 건축 교통 환경대책, 대규모 건물의 결함 제거, 완전한 전시 설계 및준공 후 운영대책 등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단계 우리 문화역량을 총결집해서 만들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데 대통령이 중요 정책으로 추진해야 하고, 주관은 국무총리가 맡아 외무부 국방부 행자부 건교부교육부 환경부 문광부 등 관계장관과 서울시장을 독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건축과 전시를 맡는 실무기획단보다 상위의 추진위원회가 요구된다는 말이다.국립중앙박물관 건설에 쏟는 노력은 적어도 월드컵 축구대회보다 많아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건설은 현 정부에 좋은 기회라면서 메아리(2000년 10월 16일자)는 김대중대통령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이 건축 현장에서 관계자와 진지하게 논의하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한류(韓流)의 산업화까지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해 너무 소홀히 한다는 평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왜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 신축이라는 대사업을 바라만 보고 있는가. 문화계 인사들은 쓸데 없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용산박물관 계획과 착공은 전임 김영삼 정부 때 했고, 준공은 차기대통령시기의 일인데, 건설 과정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하는 힘든 일에 왜 적극 나서겠는가. 오죽하면 행정부 대신 국회가 나서고 있겠는가” 하는말이다.

정부는 당장에도 해결해야 할 정치사회문제가 많다. 하지만 새 박물관의 건설도 정부가 풀어야 하는 중요한 항목의 하나이다. 민족 문화의 정수를 담아 자손만대에 전수할 커다란 그릇인 새 박물관은 우리가 세계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통로도 된다.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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