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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 "돈 얘기 좀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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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 "돈 얘기 좀 제발 그만"

입력
2001.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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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30만 명.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달밤’이 “이제는 여름에도 한국 영화”란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고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줄잡아 극장흥행 수입만 300억 원. 수천 만 달러를 투자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즐비한 가운데 20여 억 원짜리 우리영화는 이렇게 멋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극장 몫(50%)과 제작비, 마케팅과 광고비 등을 빼고도 순 수익만 100억원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작한 좋은 영화사 김미희 대표는 두 달 동안 사람들로부터 “돈방석에 앉았다” “떼돈벌어 좋겠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너무 싫었습니다. 단순히 축하의 마음만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 ‘선물’에 이은 연속 흥행에 대한 부러움, 질투심도 있겠죠.

‘돈=성공’으로 생각하는 풍토도 싫었습니다. 또 한두 작품으로 성공했다고 단정짓는 것도 실패했을 때를 생각하면 두려웠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돈벼락’도아닙니다. ‘신라의 달밤’으로 좋은영화사가 번 돈은 세금을 제하고 7억 원쯤 된다고 합니다.

100억 원에서 투자자(시네마서비스)몫 60%를 빼고, 감독과 작품을 제공한 쪽(원래 좋은영화사기획 작품이 아니었음) 28%를 뺀 몫이죠. 영화사 2년 경상비 정도라고 하니 예상보다 초라한 액수입니다.

그나마 그게 어디입니까. 그러나 김 대표가 그 동안 충무로에서 얼마나 배를 곯고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1988년 화천공사 기획실에서 시작했으니 벌써 13년 동안 충무로 밥을 먹은 것이죠. 그의 표현을 빌면그 밥이라는 게 ‘눈물 반, 설움 반’이었습니다.

1998년 좋은영화사를 설립했지만 마케팅 지분만 투자한 ‘투캅스3’가 망해 다시 시네마서비스 들어와 6개월 동안 더부살이를했습니다. 그때 심정이 어땠을까요.

‘신라의 달밤’은 그 오랜 시간에대한 작은 보상이자, 위안입니다. 김 대표는 “제발 겉으로 드러난돈 얘기만 하지 말자.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 만들어서 좋겠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영화 뒤에 숨은 땀과 눈물,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짚어봐 달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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