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30만 명.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달밤’이 “이제는 여름에도 한국 영화”란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고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줄잡아 극장흥행 수입만 300억 원. 수천 만 달러를 투자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즐비한 가운데 20여 억 원짜리 우리영화는 이렇게 멋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극장 몫(50%)과 제작비, 마케팅과 광고비 등을 빼고도 순 수익만 100억원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작한 좋은 영화사 김미희 대표는 두 달 동안 사람들로부터 “돈방석에 앉았다” “떼돈벌어 좋겠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너무 싫었습니다. 단순히 축하의 마음만이 아니었기때문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 ‘선물’에 이은 연속 흥행에 대한 부러움, 질투심도 있겠죠.
‘돈=성공’으로 생각하는 풍토도 싫었습니다. 또 한두 작품으로 성공했다고 단정짓는 것도 실패했을 때를 생각하면 두려웠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돈벼락’도아닙니다. ‘신라의 달밤’으로 좋은영화사가 번 돈은 세금을 제하고 7억 원쯤 된다고 합니다.
100억 원에서 투자자(시네마서비스)몫 60%를 빼고, 감독과 작품을 제공한 쪽(원래 좋은영화사기획 작품이 아니었음) 28%를 뺀 몫이죠. 영화사 2년 경상비 정도라고 하니 예상보다 초라한 액수입니다.
그나마 그게 어디입니까. 그러나 김 대표가 그 동안 충무로에서 얼마나 배를 곯고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1988년 화천공사 기획실에서 시작했으니 벌써 13년 동안 충무로 밥을 먹은 것이죠. 그의 표현을 빌면그 밥이라는 게 ‘눈물 반, 설움 반’이었습니다.
1998년 좋은영화사를 설립했지만 마케팅 지분만 투자한 ‘투캅스3’가 망해 다시 시네마서비스 들어와 6개월 동안 더부살이를했습니다. 그때 심정이 어땠을까요.
‘신라의 달밤’은 그 오랜 시간에대한 작은 보상이자, 위안입니다. 김 대표는 “제발 겉으로 드러난돈 얘기만 하지 말자.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 만들어서 좋겠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영화 뒤에 숨은 땀과 눈물,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짚어봐 달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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