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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브릿지 존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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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브릿지 존스의 일기

입력
2001.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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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신장됐다고? 그러면 뭐해. 나는 언제나 이 모양 이 꼴인걸. 애인 하나있는 게 뭐 큰 자랑이라도 되나.잘난 척하는 꼴들이라니. 좋아, 마음껏 자랑하라고. 나도 언젠간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게뭐야.

몸무게 62㎏, 일이 끝나고 나면 여자친구나 게이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것이 고작인 나. 나에게도 멋진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런 날이올까?

여자의 일생은 늘 간섭 받고, 채근 당한다. 어려서 “일찍들어오라”로 시작해 “시집 안가냐” “애는안 낳느냐”.

이런 잔소리에 신물이 난 여성들을 위로할 ‘노처녀판 신데렐라이야기’가 바로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Bidget Jones’s Diary)’다.

헬렌 필딩이 1995년 2월부터 3년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컬럼을 책으로 엮었고, 여성들의 열광적 지지를 감지한 ‘노팅힐’의 제작사가 영화로 만들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의 처녀들이 열광했다.

브리짓 존스(르네 젤웨거)는 32세. 새해가 찾아왔지만 그보다 먼저 결혼하라는부모의 잔소리가 들린다.

술, 담배, 친구에 빠져 있고, 중요한 순간에는 엉뚱한 말이 튀어 나와 일을 망치는 브리짓. 명절 파티장에서 어릴 때옆집에 살았던 변호사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를 만나지만 정이 안가게 생긴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어릴때 발가벗고 정원을 뛰어 다녔다” “줄담배에 알코올 중독자”라고 그녀에 대해이러쿵 저러쿵. 마침내 멋진 남자 만나 데이트하겠다는 꿈이 현실로 이뤄지게 되니, 상대는 편집장 다니엘 클리버(휴그랜트). “당신의 짧은 치마에 한 잔 사겠다”는 이 바람둥이를 만나면서 브리짓의 세상은 온통 장밋빛.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는사실 철저히 동화적이다. 특별히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여자에게 편집장과 변호사의 사랑이 번갈아 찾아오고, 방송인으로도 성공한다.

물론 이 때도 남자의 공이 크다. 그러나 이 영화에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잘난 남자들이 아니라 브리짓 존스 때문이다.

그날의 체중과식단표로 시작, 마크에 대한 각종 비방과 다니엘에 대한 열망 등 주로 ‘연애사건’이주종을 이루는 그녀의 일기장은 20, 30대 미혼 여성들의 ‘고독한’ 내면을 대변한다.

“난 다시 태어난다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며무뚝뚝한 남편 대신 나긋나긋한 TV 진행자를 선택해 집을 나간 엄마부터 “아기는끔찍한 것”이라는 브리짓까지 이들은 철저히 ‘자기사랑주의자’들이지만 인생이란 자기사랑이 크면 클수록 더욱 외로워지는법.

자기 인생을 찾으려는 부모, 물질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지만 늘 외로움을 타는 결혼 못한 신세대 여성들의 내면을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했다.

노처녀 신레렐라의 얘기에 거부감 없이 빠져드는 것은 여성감독 새론 맥과이어의사실적인 인물 묘사 때문. 브리짓 친구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고작 성적 유머 몇 마디로 승부하려는 미국식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리 삶의 냄새가 느껴진다.

‘All By Myself’ ‘Raining Man’ 등 곳곳에서 터지는 사운드 트랙의 매력도 영화의 맛을 배가 시킨다. 3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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