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달은 하나이지만 세상의 강물에는 줄기마다 달이 뜬다. 불교에서는 ‘천 개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千江有水千江月)’고 한다.인터넷 시대의 젊은 시인 이원(33)씨에게는 ‘천개의 강물’이 아니라 인터넷 ‘야후’에 천 개의 달이 뜬다.
그는 두번째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사 발행)에서 디지털 세상을 유랑하는 현대인을 향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그의 시어는 네티즌 답게 경쾌하고도 재기 넘친다.
그의 눈에 비친 사람들은 디지털의 강물에 눈물과 소망을 띄워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떠다니는 감정을 건져내지 못한다.
‘눈물이 나오질 않는다/ 전자상가에 가서/ 업그레이드해야겠다/ 감정 칩을’(‘사이보그3’) 그래서 시인은 문득 현대인이 선 자리가 강물이 아니라 ‘전자 사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막에서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뿌리가 없다는 사실을, 뿌리가 없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하는 시인은 인터넷 안에서 ‘나’를 찾아본다.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나누고 싶은 이야기……’ 과연 나는 클릭으로 존재하는가? 이씨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나는 나 자신이 검색 사이트 안에 있지 않고 모니터 앞의 땀냄새 나는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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